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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Dec 03. 2022

방수 MP3의 부캐는_귀마개

음악과 함께 swim

오랜만에 수영장을 간다.


가기 전 서랍 속에서 오래된 유물 같은 방수 MP3를 꺼내었다. MP3를 충전하고 귀에 맞는 이어캡을 골라 끼운다. 

수영장에 도착하여 샤워를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MP3를 귀에 꽂고 수모를 써서 고정시킨다.

물속으로 들어가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8 전에 넣어둔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물속에서 준비운동을 하는 동안 그 음악들이 나를 8년 전 그때로 데려간다.

< 하트 모양을 하고 있는 나의 MP3 >




쇼스타코비치의 왈츠가 흘러나오는 순간 자유형을 시작했다. 분만실에서 아이를 낳을 때 들었던 음악이다.

아이를 품고 있었던 10달 동안 여러 클래식을 들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곡이었다.

1인 분만실이 있는 산부인과를 다니고 있던 터라 분만예정일이 다가왔을 때 분만실에서 생할 음악을 cd에 담아 오라고 했다. 진통이 와서 분만실로 옮겨졌을 때 남편이 준비해 둔 cd를 간호사에게 건네었다.

남편이 센스 있게 이  한곡을 모든 트랙에 다 넣어 아이를 낳는 동안 분만실에서는 왈츠만 울려 퍼졌다.

아이를 낳기 직전 3번의 힘을 줄 때를 제외하고는  음악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사시나무 떨 아파하면서도 소리 지르지 않고(이때 옆에서 남편이 춥냐고 물어서 때릴 뻔했다. 출산을 모르는 자여~그입 다물라) 숨을 고를 수 있게 해 준 일등공신이었다.

함께 있던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이 왈츠에 맞춰 흥얼거리기도 했다.

음악이란 이렇게 과거의 한 장면 맞닿아 있어 언제든 툭치면  심연 저 깊은 곳에 있던 장면들 수면 위로  떠오르게 다.




롤링하는 팔자세와 잘게 치는 발차기에 딱 맞는 리듬으로 100미터는 가뿐하게 갈 수 있었다.

왈츠 연주가 끝날 때까지 자유형을 하면서 아이 생각을 했다.

아이가 양수 속에서 들었던 왈츠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공기 중에서 듣는 것과는 다르게 수압에 눌러진 음들이 밀도감 있게 들린다.

물속에서 퍼지는 공기방울 일렁이는 빛이 음악에 맞춰 왈츠를 는 듯했다.

음악을 들으며 자유수영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딱 그 행복지점에 닿아 마음도 일렁인다.




레일의 끝에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옆에서 아주머니 한분께서 조심스레 다가와 말을 건다.

"귀에 꽂고 있는 귀마개 신기하네요~어디 거예요?"

웃으며 귀마개가 아니라 물속에서 방수되는 MP3라고 말씀드리니 어디서 샀느냐고도 물어 대답해 주었다.

운동장비에 대한 부심 가득 담아 고심해서 고른 MP3였기에 어깨가 조금 봉긋해졌다.


그러고 보니 MP3를 꽂고 있으면 귀에 물이 들어오지 않으니 어찌 보면 귀마개 일수도 있겠다.

남들 눈에는 귀마개처럼 보이는 MP3에서 다음 곡이 플레이된다.

어라~거북이 노래네.

" 철없을 적 내 기억 속에 비행기 타고 가요~Yeh, Let's go!"

평영이 어울릴까, 접영이 어울릴까 잠시 고민해 본다.

유연하게 물속을 가르며 두 번의 발차기를 힘껏 빠방 해야 하는 접영이 어울리겠다. 레츠고~그래 아보자. 터플라이!


물속에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유영하는 손과 발에 물갈퀴를 만들어 주듯  쭉쭉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요즘에 나오는  골전도 방식의 MP3는  수중에서 더 선명한 소리가 들린다.

귀 윗부분에 착용하므로 귀 자체는 열려있는 형태라 외부의 소리도 같이 들을 수 있어 안전성을 더했다.

세상이 변하듯 MP3도 발전하는데 나만 그대로 있을 수는 없을 듯.

물속에서뿐만 아니라 내 시간 속에서도 쭉쭉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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