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중에 자신보다 성적이 낮은데 과학고, 영재고를 목표로 선행하는 것을 보고'어쩜 나도 되지 않을까?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부모님께 1년만 자기에게 투자해주면 고등학교 가서는 알아서 공부하겠노라 약속을 하고 중2 겨울방학 때부터 달리기 시작한 학생이다.
(정말 영재고가서는 혼자 다 해내었다)
그래서 1년 동안 각 과목 과외선생님들이 붙어 집중 선행을 하였다. 그 선생님 중 한 명이 나였다.
매 수업 때마다 학생의 성실한 태도와 예의 바른 행동에 감탄을 했다.많은 분량의 과제를 다 해내고, 오답도 꼼꼼하게 해 왔다.
내가 아는 중2들은 만약 북한이 치고 내려온다면 선봉장에 설 수 있을 만큼의 천하무적인데 그 학생은 달랐다.
매번 학생을 데리러 오시는 어머님께 하루는 큰 맘을 먹고 여쭤보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저렇게 바르고, 멋있게 키울 수 있나요?"
정말 궁금했었다.
어머님께서 본인은 한 게 없다며(물론 온화한 성품이셨던 어머님을 뵈면서 어머님의 영향도 컸겠구나, 역시라는 생각을 덧붙인다) 그저 아이들이 학교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버님께서 출근 전에 아이들을 태워 학교정문까지 데려다주셨다고 한다.
아들들이라 아버지와의 교류가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라고 예상하셨다.남자들만의 세상이 있었던 것이다.
차 안에서 사회전반적인 이슈에 대해 토론하기도 하고, 엄마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상담하기도 한다.
부모님과의 대화에서 학생에 대한 존중이 묻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그 멋진 학생은 연세대 의예과를 가서 지금은 세브란스 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결혼 전에남자친구였던 남편에게 흘리듯 그랬대~라고 말했다.
우리는 허니문 베이비를 가졌고, 온 우주를 담은 아이가 태어났다.
조리원에서 모자 동실할 때부터 남편은 아이와 눈을 맞추며 그림책을 읽어준다.
2살 무렵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서부터 아이의 등원은 남편이 책임지고 했다.
어린이집 가는 길에 동요도 불러주고, 카시트에 앉아 옹알거리는 아이에게 쉼 없이 말을 걸었다.
연세대 의예과 간 제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빠가 태워줬다고 했는데, 우리 아들은 어린이집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 이 정도면 하버드도 가지 않을까!라는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하루는 하원하는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데 아이가 아침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준다.
"엄마~오늘 아침에 아빠한테 친구가 자꾸 주먹을 쥐고 얼굴 앞에 대면서 죽을래라고 한다고 얘기했어.
그랬더니 아빠가 그럴 땐 보(가위바위보에서의)를 내면 내가 이기는 거라고 했어."
"우와~정말 멋진 방법을 아빠가 알려주셨구나!"
그래서 그날 가서 주먹을 들이대는 친구에게 손바닥을 쫙 펴서 보를 내고 내가 이겼다고 하니 그 친구는 어리둥절, 주위에서 지켜보던 다른 친구들은 다 보를 내며 이겼다 이겼다~둥실둥실.
이후로 그 친구가 (가위바위보에서 지게 되는) 주먹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가기 전 적응하기 위해 옮긴 학교부설유치원에서 아이가 조금 힘들어했는데 남편이 아침마다 등원시키며 아이의 마음을 많이 살펴봐준 덕에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남편의 눈높이 대화를 전해 들을 때마다 아이가 아빠처럼 따뜻한 사람으로 자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마음만은 벌써 하버드감이다.
초등학생인 아이와 지금도 함께 현관문을 나서는 남편에게 늘 감사하다♡아빠와 함께하는 등교, 고등학교 때까지 쭈욱~ 해줄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