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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Feb 09. 2023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100만 번 산 고양이 ㅣ 사노 요코 지음

[내향점]


얼마 전 개봉한 <장화 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을 보고 왔다.

남편이 아이와 함께 보고 싶은 영화로 콕 집어서 가야 한다고 몇 시간을 졸라서  마지못해 같이 보러 갔다.

아이는 영화관에서 먹는 팝콘의 향기에 이끌려서 갔고, 난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라 따라나섰다.

영 마뜩지 않게 간 영화관이었는데 보고 나와서 가장 흥분한 사람이 나였다.

아이는 나름 재미있었다고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데 엄마인 내가 더 감동받아서 그 여운에 빠져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문득 떠오른 그림책이 하나 있었다.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였다.

고양이라는 공통점뿐만 아라 여러 번의 생을 살아가는 그들의 태도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고양이 모두 사랑하는 고양이 앞에서 자각이 되어 의 소중함을 찾아가게 된다.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이 책에서의 고양이도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난다.

심지어 100만 번이나 살아 낸 고양이는 삶에 대한 의지가 없다. 그저 그냥 살아내는 것이다. 

그러다 하얀 고양이를 만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여느 고양이처럼 죽음을 맞이한 하얀 고양이를 끌어안고 아이처럼 엉엉 울다가 자신도 다시 태어나지 않는 삶을 택한다.


삶이라는 것은 유한적이라서 살아가는 동안 무엇이든 되어보려고 하고, 무엇이든 느껴보려고 하는 것이다.

흔히 농담으로 "이번 생을 글렀어"라고 하기엔 한번 살다 갈 지금의 내가 안쓰럽지 않은가.

글러먹은 이번 생이라 할지라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하다가 가고 싶다.

그래서 오롯이 나 자신을 더 들여다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를 재우면서 아이 머리칼을 가만히 쓸어주며 자장가처럼 이야기한다.

어쩜 지금 현생을 살아내는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한다.

" 언제나 네가 행복하길 바라,

햇살이 비치는 날에는  아~따뜻하다 하면서 행복하고

바람에 머리칼이 날리는 날이면 아~시원하다 하면서 행복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아~ 빗소리가 좋다 하면서 행복하기를 바라.

살면서 항상 좋은 말만, 좋은 풍경만, 좋은 향기만 맡을 수는 없을 거야. 항상 좋은 것만 대하게 되면 그게 소중한 것인 줄 모르거든. 그래서 나쁜 말도, 안 좋은 냄새도, 보기 싫은 풍도 보게 될 거야.

그러나 되도록이면 좋은 것들이 더 많이 너에게 자석처럼 붙고 안 좋은 것들은 척력으로 밀려나기를 언제나 기도할게"




[외향점]


삶과 관련된 문제들을 유쾌하고 간결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사노 요코는 디자인을 전공하고 석판화를 공부했다고 한다.


자유로운 그녀의 생각이 담긴 듯한 붓터치의 수채화 기법으로 그려진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정형화되지 않은 그림들이 보인다.  

그 그림으로 삶의 정형화되지 않는 시간들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싶다.



요코의 그림책은 편안하고 느긋한 선과 따뜻한 색채로 인간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을 보여준다.
통통 튀는 듯한 생동감으로 넘치는 그녀의 작품은 아이들의 불안하고 변덕스러운 마음을 날카롭고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림만으로도 넘치는 존재감이 느껴질 정도로 강한 매력을 발산하며, 모두가 잠시 잊고 있는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세심한 표현이 특징이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사랑한다는 것과 살아 있다는 것의 아름다움, 타인과 맺는 관계 등 사람으로서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쉽고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그림책 상상, 그림책 여행- 천상현, 김수정 엮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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