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문
문은 움직임을 잊은 채 서 있었다. 오랜 세월 바람을 맞으며도 변하지 않는 듯, 그 나무의 결은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나뭇결 사이로 빛이 흐르다 멈추었고, 그 틈새엔 낡은 시간의 조각들이 숨어 있었다.
문 앞에 서면 바깥과 안쪽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문 너머의 공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보이지 않음이 오히려 선명했다. 열려도 닫혀도 상관없을 듯한 그 문은, 그 자체로 완벽히 존재하고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문을 어루만져 보았다. 나무의 결이 미묘하게 거칠었다. 그것은 지나온 계절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찬바람과 뜨거운 햇살이 한데 섞여 문에 스며든 것이다. 문은 그것을 말없이 받아들이며,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
문은 단순했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엔 수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었다. 누군가 지나간 발걸음의 흔적, 닫힐 때의 작은 떨림, 손잡이에 닿은 차가운 손길. 그 모든 것이 문에 새겨져 있었지만, 문은 결코 말하지 않았다.
그 앞에 서 있는 동안, 나는 문이 지닌 고요에 잠식되었다. 열리지 않는 문도 아름다웠다. 닫혀 있음으로써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바람이 스며들지 못하는 그곳에서, 문은 스스로 하나의 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