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우리 세상 09화

콘센트

검은 구멍

by 글사

여전히 맞지 않아 마주 보았다.

둥글게 뚫린 구멍 두 개는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마음속 생각이 모두 드러난 기분.

난 잘못한 게 없다.


구멍을 가리려 충전기를 끼워 넣었다.

맑은 종소리가 핸드폰에서 울린다.

고해성사 후의 가벼운 기분 좋은 소리였다.

난 잘못한 게 없다.


전기는 어디에서 올까.

어릴 땐 사람이 자전거를 타면 전기가 생기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난 그 사람에게 감사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에게 감사한지 모르겠다.


왼손으로 충전기를 뺐다.

다시 지켜보는 검은 구멍 두 개가 불편했다.

그저 지나가는 경찰차를 보는 기분이었다.

난 잘못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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