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지망생의 문의에 대한 답변
안녕하세요, OOO 선생님.
제가 번역대학원을 졸업한 게 2010년이라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현재 상황은 잘 모르지만 당시 제 경험을 토대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저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미 출판 번역을 시작한 상태에서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출판 외에도 기술 번역과 영상 번역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 번역에 대해 교수님의 첨삭을 받고 다른 학생들과 서로 비평하는 과정을 통해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알게 된 것도 큰 소득이었습니다.
혼자 번역만 했다면 그런 것을 깨닫기까지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예요. 그게 과연 한 학기에 500만 원씩 총 2500만 원을 내고 다닐 가치가 있었는가 하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답하진 못하겠지만, 번역가로서 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속도가 붙은 것은 분명합니다.
제가 볼 때 수업 만족도는 얼마나 충실히 임하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저는 매번 열심히 과제를 수행했고 비평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만큼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습니다.
다만 다른 분야는 제 관심사가 아니라 잘 모르겠고 출판 번역으로 한정하자면 교강사가 현업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분들이 아니라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이건 다음 답변으로 이어지겠네요.
현재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없어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출판 번역만 보자면 성공적으로 업계에 안착한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출판 번역은 연줄이 없이는 진입하기가 어려운 분야인데 대학원에서는 그런 연줄을 만드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거든요. 말했다시피 교강사가 대부분 현직 출판 번역가가 아니었고 학교 측도 출판계와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자기 살 길을 자기가 찾아야 했는데 대부분의 원생이 어디까지나 번역가 지망생일 뿐이라 서로 끌어줄 수도 없는 처지였죠. 저는 대학원 재학 당시 이미 번역 일을 하고 있었지만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 해봤자 제가 들은 번역 에이전시 수업을 소개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번역 에이전시 수업을 들은 동기와 후배들이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출판계의 문턱을 넘은 사람이 한 손에 꼽을 정도예요.
제 경험에 비춰볼 때 번역대학원은 단순히 번역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면 시간과 재정이 허락하는 한 권할 만한 곳이지만 번역계로 입성하기 위한 발판으로는 그다지 효용이 없는 곳입니다. 다른 학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시 제가 다닌 학교는 그랬습니다.
번역가가 되는 길을 찾는다면 차라리 번역 에이전시의 수업을 듣는 편이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훨씬 효율적이라고 봐요. 거기서는 두각을 드러내면 실제로 일감을 받을 가능성이라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특수대학원과 일반대학원을 고민 중이신 것 같은데 말씀하신 대로 "깊이 있게 차근히 번역을 배워 나가고" 싶은 목적이라면 일반대학원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제가 나온 학교를 포함해 특수대학원은 직장인들을 위한 교육 기관이다 보니 애초에 그들의 바쁜 일상을 고려해 수업과 과제의 강도가 결정됩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깊이 있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요. 대신 본업에 큰 지장을 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본업을 지속할 것이냐, 아니면 번역에 올인할 것이냐를 한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번역대학원과 관련해 브런치에 쓴 글이 있으니 같이 읽어보세요.
https://brunch.co.kr/@glmat/240
https://brunch.co.kr/@glmat/23
(후략)
(두 번째 답장)
저는 바른번역 글밥아카데미를 2007년에 수강했어요. 요즘은 그 외에도 온라인 강의를 포함해 여러 수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왕이면
1. 현업 경력 10년 이상의 강사가
2. 매번 번역 과제를 첨삭해주는
강의를 선택하시면 학습 효과가 더 좋을 거예요. :D
김고명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