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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배르니 Aug 15. 2022

우울증은 '중독'으로 나아지기도 한다

오늘도 헬스장에 갔다. 사실 이번 주는 이미 6일을 운동했기 때문에, 가지 않으려 했다. 매일 운동을 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고, 근육은 운동을 하고 '쉴 때'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전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집에 가는 길에 결국 헬스장을 지나치지 못했다. 


나는 헬린이다.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운동량이 많은 편은 아닐 테지만, 이러다가 '운동 중독'이 되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우울증도 치료하고 건강해지고 싶어서 시작한 운동인데, 무리한 나머지 도리어 악화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은 정신과 상담에서 선생님이 명쾌하게 대답해 주셨다.


"제가 볼 땐 운동중독을 걱정하실 정도는 아닌 거 같아요. 그리고 그거 알아요? 중독은 중독으로 치료합니다. 제 알코올 중독 환자들 중에 몇 명은 마라톤 중독, 예수 중독이 된 사람이 있어요. 이겨내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한다던가, 종교에 기대는 거죠. 그런 입장에서 헤세드 씨 같은 우울증 환자에게 운동중독은 감사한 일이죠"


선생님이 이어서 말했다.


"우울증 환자가 이렇게 운동을 많이 하기 참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합니다. 잘하고 있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마음속에서 매일 전쟁일 텐데 이겨내 줘서."


솔직히 선생님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 


'나는 왜 안 좋아지나', '시간이 걸리는 거면 언제까지 이렇게 힘든 건가', '앞으로 나아지기는 하는 건가'하고 말이다. 사실 선생님 잘못도 아니고,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조급해지고, 무섭고, 절박한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내 인생에 예고 없이 닥친 빅 이벤트들 앞에서 나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매일 밤 안 좋은 생각을 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부모님에게도 친구에게도 말이다. 그래서 선생님께 더 그랬던 것 같다.


상담시간이 끝나고, 선생님의 '오늘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나는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솔직히 제가 언제 어떻게 다시 안 좋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렇게 나아지고 있는 거 선생님 덕분이에요. 저 포기하지 않아 주셔서 감사해요"


나는 30대 우울증 환자다. 하지만 요즘은 매일같이 운동을 하고, 때때로 글도 쓰고, 요리도 한다.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매일 아침 '오늘'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 사진출처

<a href="https://www.freepik.com/photos/yoga-nature">Yoga nature photo created by Lifestylememory - www.freepik.c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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