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효능감이 떨어졌을 때
언제나 그렇듯, 정신과 상담은 선생님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이번 주는 무탈하게 보냈어요. 운동을 계속해서 그런지 지난주보다 마음이 더 편해졌어요. 긍정적인 생각도 많이 했고요"
일주일 동안 운동을 지속하며 느꼈던 감정의 변화들에 대해 얘기했다. 덤덤한 고백에 선생님은 내 상태가 꽤나 호전되었다고 느낀 것 같았다.
"이번 주는 숙제를 하나 내줄게요. 회사로 돌아갔을 때,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 보는 건 어때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는 거죠"
순간 가슴이 답답했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간다면? 불편한 인간관계들을 마주한다면? 일하면서 '잘 해내야만 한다'는 완벽주의, 강박이라는 문제가 튀어나온다면? 나는 괜찮을 수 있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사실 지금은 거의 온종일 집에 있다. 출근을 하지도, 다른 일을 하지도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거의 없다. 외부의 자극이 없는 무균실에 있는 거다. 마음속에 숨어있던 불안과 걱정이 독초처럼 퍼져나갔다.
'부장님과 다시 일하면서 예전처럼 터져버리면 어떡하지? 회사 동료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진 않을까?'
자신이 없었다. 우울증과 번아웃으로 회사를 갑작스럽게 쉬게 된 이후, 나의 자기효능감은 바닥인 상태였다.
자기효능감: 어떤 문제를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념이나 기대감
선생님은 한번 생각해보라고 한 말이라고 했지만, 나는 알았다.
'이제 더 나아가야 하는구나'
집에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에 틀어박혀 누워있고 싶었다. 하지만 주섬주섬 운동복을 챙겼다. 그리고 헬스장에 갔다. 신경을 많이 써서 배에 가스가 찼는지 속이 더부룩했다. 배도 아프고 기분도 처져서 그런지 20분만 걷다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조금만, 조금만 더 하다 보니, 어느새 원래 하던 만큼 운동을 하고 왔다.
'내일은 모르겠고 일단 오늘은 운동을 하자. 체력이 생기면 할 수 있겠지. 뭐가 되었든.'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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