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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저왕 Dec 30. 2023

방향의 매개체는 내 새끼손가락의 구부림이구나,

언젠가부터인지 새끼손가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구부리는 건 가능하나 다시 펼칠 때 버벅거리는 느낌을 보니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손가락을 꽤나 혹사시킨 것 같은데, 그건 이렇게 손가락에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어디서부터가 내 손가락을 혹사시키는 이유가 되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나에게 있어 죽음이란 누군가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잊혀진다는 것이다. 잊혀짐을 빼면 죽음이란 두려움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 누군가에게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 그렇게 시작된 기록, 그렇게 기록을 하는 삶을 살며,난 얼마나 logging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이 시대는 그런것이다. 우리모두가 라이프로깅은 이미 하고 있다. 하지만 난 다른의미로 이 라이프로깅 작업에 더욱 더 진심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SNS에 쉴 새없이 쓰는 게시글, 그러니 난 5개의 인스타그램 계정과, 1개의 쓰레드 계정, 2개의 블로그, 거기에 브런치라는 SNS까지 쉴 새 없이 기록한다.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로 SNS(Social network services)를 이용 하는데, 보통은 명예 또는 부를 위하여 사용을 하기도 한다. 나도 그러한 이유도 포기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꽤나 많은 시간을 여기에 낭비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동시에 낭비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만 한다. 그러니 자기합리화를 통해서 계속해서 이 행위를 지속하게 만들어야한다.


그 질문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함으로써 이 일을 정당화 아니 자기합리화 하기로 한다.  




1. 나에 대해서 기록할 수 있는 것인가?


2. 창의적인 일인가?


3. 컨텐츠를 만드는 일인가? 


4. 내가 죽어도 나를 표현해줄 수 있는가?


5. 나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는가? 




이 질문의 대답은 모든게 yes로 나온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할 수 밖에 없겠는걸?'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한건 아니었다. 이런 행위가 시작되기도 전 문득, 10년전의 나를 생각해본다.


그 시절 , 그러니 20대의 나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이 시대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사람들이 따르는 사람이란걸 알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따른다는 것은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건 자신의 이름으로 누군가와 거래를 할 수 있는 사람이거나, 자본주의 시대에 신뢰의 증표인 재화를 많이 가진 사람인 것으로 보였다.  


먼저, 세상에 곧 나온 내가, 그러니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곧 나온 내가, 20대의 내가 할 수 있는건 그럼 어떻게 하면 ?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해야만? 자본주의 시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에 대한 도전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에서야 이런식으로 글을 적겠지만 뭐 당시 20대였던 나의 언어로는 '세계 최고의 부자나 기업가가 되야겠다.'정도로 표현을 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온전히 가지고 했던 행동 그러니, 


"영어는 이 정도면 되었으니까 이제는 돈을 모아보자" 라고 생각을 하고 호주에서로 컴백을 했을 때 이다. 본격적으로 일을 구하기 위해서 소개비 50만원을 지불하고서 소공장으로 가고, 그렇게 양공장으로 가고 비위가 약한데도 불구하고 손톱이 빠져가면서 하루하루 일을 했던 아니 버텼던 23살의 나는 결론적으로는 6개월만에 , 그렇게 3000만원을 모았었다. 


컨베이어 벨트. 단순노동의 반복, 그러니 800-900마리의 양을 하루 7시간-8시간 동안 그러니 5000- 6000마리의 양의 내장을 옮기는 일. 


돈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돈을 모으는 방법은 계속해서 생각이 났는데, 그렇게 또 우연한 기회로 집을 임대해버리고 사람들에게 쉐어비를 받아버리고 , 오일쉐어비를 받아버리고 , 그런 일을 했던 것이다. 


돈을 버는 것이 쉽다고 말했던 그 패기있던 10년전의 정체성이 또 다시 필요해진 나는 , 이렇게 또 한번 기록을 통해서 그를 부르는 것이다. 그러니 그 이후의 그는 많고 많은 사연을 가지고도 또 다시 새롭게 계속해서 손가락을 쓰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부터 혹사시킨 너의 손가락은, 오늘 또한 살아가기 위해서, 기록하기 위해서 쓰이고 있다. 


그러니 10년 후의 나에게는, 그러니 말하고 싶다. 만약 평생동안 사용할 수 있는 손가락의 관절 구부림이 제한 되어 있다면 미안하지만 , 너가 사용할 그 횟수까지도 미리 빌려와 지금의 내가 다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너는 웃으며 정말 잘한 일이다라고 말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는 것도. 세상에서 신뢰를 받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가장 나를 신뢰하는 사람이 되야 한다는 것을 말해줄거라는 것을. 


그러니 새끼 손가락 구부림 따위는 그만 연연해도 좋다. 나에게 있어서는 너에게있어서도 그에게 있어서도 우리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생기는 그러니 너가 말하는 옮음, 그가 말하는 방법, 내가 생각하는 반복으로 인한 매개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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