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에 코끝이 알싸하다.
가슴 가득 들이마신다. 한결 마음이 놓인다.
메마른 입사귀가 가지 끝에 매달려 나부낀다.
떨어질 듯 말 듯 보는 내 마음이 불안하다.
이제 하나둘씩 회색으로 변해
봄이 올 때까지 다시 잠들겠구나.
끝까지 붙잡고 있던 너마저 흩어지면
어둑어둑 해지는 하늘을 보며 담배 한 대 태워야지.
햇빛이 쨍쨍한데도 내 귀가 시린 것은
아직 봄이 아니 와서 일까 아니면
아직도 겨울이어서 일까.
왜 그리 오랜만에 너를 보았는데도
너는 가을이었고 난 겨울이었던 걸까
우린 똑같은 시간 속에 살았는데
어째서 우린 다른 계절을 살고 있는 걸까
아쉽게도 너는 불타는 가을이 어울렸고
나는 이 포근한 겨울이 좋다.
비록 코끝이 찡하고 귀가 시려도,
난 네가 있는 가을보다
내가 있는 겨울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