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쓰는 첫 번째 편지구나.
요즘 부쩍 날씨가 추워져서 네가 행여나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돼.
어제는 너의 숨소리, 너의 움직임을 살피느라 한 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어.
오늘도 평소처럼 밝게 웃는 걸 보니 아픈 곳은 없어 보여 다행이야.
아가야, 엄마는 너를 처음 만난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작고 뜨겁고 말캉거리는 너를 처음 안았을 때
두렵고 걱정되는 마음에 기쁨을 만끽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단다.
별나라를 여행하다가 엄마 아빠를 만나러 내려온 우리 아기
이 세상에는 힘든 일들이 너무 많지?
밥도 먹어야 하고, 신기한 것 투성이인데 자꾸 졸리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느라 온 몸이 아프기도 하고,
이제는 이가 잇몸을 뚫고 나오느라 짜증이 나기도 하고...
게다가 엄마 아빠는 목욕하자, 로션 바르자, 옷 갈아 입자 귀찮은 일만 시키는 것 같지 않니?
그래도 요즘에는 부쩍 지구별에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대견해.
아침에 일어나면 어젯밤 무슨 꿈을 꾸었는지 옹알옹알 이야기를 하고,
엄마 아빠처럼 숟가락으로 밥을 먹고,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준비를 하느라 매일 부지런히 연습을 하더구나.
아들아, 엄마는 네가 아프지 않고 지금처럼 밝게 자랐으면 좋겠어.
걱정 많고 겁 많은 엄마를 닮지 말고, 유쾌하고 다정하고 해맑게
네가 그렇게 자랄 수 있게 도와줄게.
엄마 아빠는 네가 우리 집에 오기 훨씬 전부터
너와 하고 싶은 것들을 상상하며 설렜었어.
이제 재밌는 일들을 하나씩 함께 하면서 매일을 소중하게 아껴 쓸 거야.
너를 많이 웃게 해주고 싶어.
세상을 살다 보면 슬프고 힘든 일들도 많겠지.
그래도 속상하고 외로울 때 엄마 아빠를 떠올리면 용기가 생겨서
무슨 일이든지 자신 있게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너의 예쁜 이름처럼 딱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아들! 아직 부족한 것도 많지만 그래도 엄마가 생각보다 잘하고 있지 않니?
엄마가 처음인데도 이 정도면 엄청 괜찮은 편일 거야.
엄마도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어.
엄마가 잘할 수 있는 건 하루 온종일 네 생각만 해서 그래!
그러니까 가끔 엄마 잘하고 있다고 토닥토닥 칭찬도 해주고 그래.
벌써 너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보내고 있네.
내년이면 너는 걷고 뛰고 넘어지고 다치고 던지고 망가뜨리고
작은 몸으로 우리 집을 점령하겠지?
뭐가 됐든 엄마랑 함께 다 해보자.
널 보면 엄마는 다시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
넌 엄마 아빠를 행복하게 해 주려고 태어난 아기야.
세상 가장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과 다르게 그러지 못할 때도 많겠지만
항상 네 옆에 있어주고, 널 재미있게 해 줄게. 약속해.
엄마는 약속한 거 하늘이 두 쪽 나도 지키는 사람인 거 너도 알지?
하고 싶은 말은 아직 많은데 낮잠에서 깬 네가 엄마를 찾는구나.
이 편지는 네가 글을 읽을 수 있을 때 엄마랑 함께 읽자. 안녕!
<남편의 참견>
아들! 아들이라는 말로 너를 부를 때마다 아빠는 늘 가슴이 저릿해.
우리에게 와 주어서 고맙다. 엄마, 아빠의 마음이 모아져 아들이 이 세상에 오게 되었지.
힘들게 온 만큼 세상에 오길 잘 했다는 마음이 들 수 있게 해주고 싶어.
하지만 한편에는 아들이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는 책임감도 있단다.
아빠는 이 책임감과 아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세상을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 사이에서 늘 고민하고 있어.
아들! '잘' 사는 것과 '재미있게' 사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야.
아빠는 아들이 '재미있게 잘' 사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어.
그 답을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찾기 위해서 노력 중이야.
아마 아들과 아빠가 함께 찾아 나가야 할 수도 있어.
그리고 답을 찾다보면 우리는 그 답에 가깝게 살아가고 있을거야.
우린 누구보다 '재미있게 잘' 살고 있을거야.
누구보다 '재미있게 잘' 살아갈 우리 아들에게, '재미있게 잘' 살고 싶은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