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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an 09. 2024

부엌 정리하다가 울고 싶었던 이유

곤도 마리에 정리의 최강 난이도 부엌

최강 난이도 부엌


화장실 정리를 가뿐히 끝내자 눈길이 가는 곳은 바로 '부엌'이었습니다. 부엌은 엄두가 안 나서 손대기가 망설여졌는데요. 남편이 있는 주말에 부엌을 정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부엌 정리라고 다를 건 없어요. 부엌에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고 설레지 않는 것을 버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요. 부엌에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습니다. 꺼내고 꺼내도 또 물건이 나옵니다. 싱크대 하부장과 상부장 그리고 냉장고 위에 있는 숨겨진 공간까지 모든 것을 다 들어내니 집이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리전 주방

여기가 정말 사람 사는 집이 맞는 건가요?




이날은 정리를 오전부터 시작했고 남편도 있는 주말에 했습니다. 그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의 정리를 오롯이 저 혼자 하다 보니 내가 이렇게 힘들게 시간과 노력을 다해서 집정리를 한다는 것을 신랑에게도 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물건을 다 꺼내고 버릴 것을 신랑에게 주면 신랑이 분리수거장에 가서 버리고 오는 것으로 역할분담을 했어요.




동동이 낳을 때 받은 미역이 아직있다..


깨지는 물건들은 동동이 손에 닿지 않도록 식탁 위에 따로 올렸고 잡다한 것들은 그냥 거실 바닥에 두었습니다. 역시나 보관할 물건보다는 버릴 물건이 더 많군요.


동동이는 이렇게 집안에 처박혀 있던 물건을 꺼낼 때면 마치 새로운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듯이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뭘 해보겠다고 자꾸 물건을 들고 다녀요.





부엌 정리를 하면서 반찬통이 이렇게나 많은지 처음 알았습니다. 차곡차곡 잘도 쌓아놨더라고요. 저희 주방 수납공간이 정말 얼마 없다 보니 서랍은 딱 두 개뿐인데요. 반찬통을 딱 하나의 서랍 안에만 넣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안 쓰는 반찬통은 김장플라스틱통에 담아서 친정에 보내기로 합니다.




신랑은 쓰레기를 버리다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동동이도 새로운 물건을 가지고 놀기 시들해졌고요. 하지만 아직 정리해야 할 물건은 산더미...


아, 정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울고 싶었어요. 하지만 정리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언젠가 정리가 끝난다는 것이었지요.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해보자! 이런 마음 가짐으로 정리를 끝냈던 것 같아요.




부엌 정리팁


1. 반찬통은 세워서 보관한다. 그래야 수량을 알 수 있다.


2. 싱크대 윗 공간은 설레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


3. 가스레인지 아래 공간은 실온에 보관하는 음식들을 넣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4. 겉으로 보이는 모든 물건은 수납에 집어넣는다. 최대한 꺼내놓지 않는다.



부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스레인지 주변에 있는 물건을 최대한 없애는 것입니다. 화장실이랑 같아요. 화장실의 모든 물건을 안으로 넣은 것처럼 양념, 식용유 그밖에 자주 사용해서 널어놓았던 것을 싹 안으로 집어넣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면 기름이나 물을 닦기가 매우 편해져요.




그렇게 정리를 마친 부엌의 모습입니다.



저희는 아주 커다란 식기건조대를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그것부터 버리고 (자리만 차지하고 전혀 설레지 않았습니다.) 아주 작고 예쁜 건조대를 하나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식용유, 양념들은 다 밑으로 들어갔고요. 딱 두 개밖에 없는 서랍을 이용해서 하나는 반찬통을 넣는 곳으로 다른 하나는 수저들을 넣는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단 두개 밖에 없는 서랍

그래도 주방에 들어가지 않는 물건들은 거실 수납장에 보관했어요.




신랑은 이날 오전에 부엌 정리를 도와주고 침대에 앓아누웠습니다. 점심 먹기 전까지 어떻게든 정리를 끝냈고 겨우 밥을 먹을 수 있었어요.


부엌은 절대 정리 초보가 건들면 안돼요! 난이도 최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옷 정리, 책 정리, 발코니 정리 하시고 '이제 좀 정리 실력이 붙은 것 같아.' 하시는 분만 부엌에 도전해 보시기를 바라요.


부엌 정리가 끝나니깐 다른 건 식은 죽 먹기더라고요. 그럼 예쁜 부엌에서 요리하는 즐거움을 가지시기를.



*사진: UnsplashR 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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