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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순 Feb 26. 2021

joie de vibre


joie de vibre


삶의 기쁨


                                                                               

어느 칼럼을 보고 알게 된 단어. 프랑스어로 정신의 환희, 대화의 즐거움, 식사의 기쁨 같은 일상의 사소한 기쁨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비슷하게 알게 된 단어가 또 있는데 ‘lagom’, ‘au calme’, ‘hygge’라는 스웨덴, 프랑스, 덴마크 단어들이다. 


이 세 개의 단어 모두 소소한, 고요한, 편안함을 뜻하는 말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소확행’ 이 정도로 쓰는 말이라고 한다.



어느 순간 자주 보이는 ‘소확행’이라는 단어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일본 소설가(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등등 우앵웅)의 ‘링겔한스섬의 오후’라는 책에서 나온 ‘서랍 속에 반듯하게 개어 말아둔 깨끗한 팬티가 가득 쌓여 있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작기는 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하나’라는 문장 속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나도 자주 쓰는 말 중 하나인데 갑자기 저 프랑스 단어를 알게 된 칼럼을 보고 일상의 작은 행복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난 꽤 긍정적인 편에 속한 사람이라 정말 말 그대로의 ‘일상 속 행복’으로도 굉장히 만족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옥 같은 4층 계단을 올라가던 중 한참 남은 것 같은데 한 층 밖에 남지 않은 걸 알게 됐을 때, 시럽 없이는 못 마시던 커피를 그냥 마실 수 있게 됐을 때, 자려고 누웠는데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서 이불을 덮었을 때, 좋아하는 빵집에 갔는데 다 팔렸을 거라고 생각하던 치아바타가 남아 있을 때 등등 (뭐 하나하나 나열하면 끝도 없을 것 같어이) 이런 상황에서 은은한 행복을 느낀다. 꽤 자주. 그래서 가끔 일상의 행복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을 본다면 오지랖 넓게 혼자서 세바시를 찍기도 한다(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난 15분이 아니라 15시간이라 문제지만.



나는 원래도 미래의 행복을 자주 꿈꾸고 자주 그런 몽상에 빠져있는 데 졸업할 시기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가 요새 그런 몽상이 더 빛을 발하고 있다. 그 몽상에 대한 나의 감정은 보통 기대와 믿음으로 깔려 있지만 틈틈이 불안과 긴장이 함께 한다. 



칼럼 속 일상의 행복에 대한 글을 보며 끄덕이는 데 순간 잠깐, 나 소확행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왜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한 거지? 미래에도 작은 일상에 행복해하면 되잖아 그거 뭐 내 몸 하나 건사하면서 살면 다 가능한 거 아녀? 근데 나 뭐에 불안해하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러게 난 왜 불안해하는 걸까. 그건 아마 내가 꿈꾸는 미래의 행복은 아주 거창한 거라 그런 것일 거다. 난 출세해서 사람들한테 인정받는 (_)이 되어야지?! 그래서 맨날 좋은 옷 입고 나 자신을 꾸밀 거야. 음 그리구 난 쉬는 날엔 마사지도 받으러 다닐거구 분기별로 해외여행도 갈 거야. 그리구 이런 차를 타고 다닐 거고 명절마다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에게 소고기를 선물로 보낼 거야. 난 성공한 (_)이 되어서 내 회사도 차릴 거고 그래서 ~~~~~ 뭐 이런 생각들 말이다.



물론 꿈이 큰 건 아주 좋다. 난 아무리 크고 불가능해 보일지 모르는 목표도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다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론 누군가는 참 허황된 생각이라고 할 수 있고 세상을 모른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난 그렇다고 불만 있으면 와서 얘기 하쇼.. 들어는 줄랑게..) 큰 목표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에게 무한한 긍정의 힘을 보낸다. 



다시 돌아와서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나의 관념들이 미래에 관해선 어디로 가버린 거길래 큰 꿈들만을 생각하고 불안해하고 있는 걸까? 그건 아직 이제야 20대의 중간에 들어선 나로서는 포기하기 힘든 마음가짐 중 하나이다. 



시간이 지나면 내려놓게 된다던데 나는 그 내려놓음이라는 게 참으로 슬픈 게 느껴진다. 어느 날은 엄마에게 엄마는 꿈이 뭐냐고 했더니 그냥저냥 이렇게 잘 사는 거라고 한다. 물론 그게 틀린 건 아니지만 한때는 거창한 꿈을 가졌을 사람이기에 흘러간 시간이 희망을 잃게 만드는 것 같아서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아직 어려서 그런가 어쨌든 어린 나는 포기하지 않고 살고 싶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모든 일상이 계산이 되고 모든 미래가 불안이 되는 걸 느끼게 되면서 일상의 행복을 별거 아닌 거로 만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상의 행복만으로 앞으로를 살아가고 미래를 꿈꾸기엔 나에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욕심을 가지고 산다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이 욕심이 날 갉아먹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 욕심이 단순 욕심으로 끝난다면 결국 난 일상의 행복과 미래의 꿈 모두를 놓쳐버리게 될 텐데 그것만큼은 절대로.. 용납 못해.. 



그래서 저 단어를 알게 된 후 억지로라도 생각하려고 한다.


일상 속 작은 기쁨. 일상의 환희. 내 모든 날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정말 이 세상에 영원이란 건 없구나.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상의 행복과 조금의 감성만 있으면  평생을 행복하게 살 줄 알았는데 지금의 나는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다니. 



지금의 내가 이렇게 변했듯이 미래의 나도 변해있을 텐데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일상에서 긍정적인 힘을 받는 그런 사람으로 변해있다면 아주 만족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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