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석 Jul 05. 2024

'삭발하고 면접 vs 가발 쓰고 면접' 실험을 해봤다

과연 머리 없어도 취업이 가능할까?

이번 이야기는 웃픈(정말 ''기지만 정말 ''픈) 이야기이다.


내 사회생활은 은행에서 시작되었다. 회계법인에서 컨설팅을 하기 전, 시중 은행 중 한 곳에 최종 합격해서 연수원 생활과 지점생활을 잠시 한 적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당시 삭발했던 내가 은행에 들어가기 위해 어떻게 면접을 보았는지에 대한 웃픈 이야기다.


대학원을 마치고 지원을 한 대부분의 회사들에서 서류 합격의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나만의 고민이 있었다. 나는 탈모로 인해 고등학교 때부터 10여 년 간 삭발 중이었고, 어설프게 없는 머리카락을 길러 머리를 가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웃기지만 호기롭게도 취업을 담보로 하고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3가지 유형으로 면접에 참가했다.


첫 번째, 계속 가발을 쓰고 면접을 보기

두 번째, 1차 면접은 가발을 쓰고 2차 면접부터 가발을 벗기

세 번째, 1차 면접부터 가발 없이 들어가기


안전한 실험을 위해 전형이 빠르고 합격할 것이라 생각되는 곳에 첫 번째 형태로 면접을 보았다. 그리고 나머지 회사들에 두 번째와 세 번째 형태로 면접을 보았다. 내가 지원서를 낸 회사들은 가장 보수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이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면접장으로 향했다.




계속 가발을 쓰고 면접을 본 회사(최종 합격해서 다녔던 은행)의 최종 면접 질문은 하나였다.


"드럼은 계속 치고 있나요?"


난 대답했다.


"네 치고 있습니다."


임원은 고개를 끄덕였고 며칠 뒤 최종 합격을 통보받았다.


그때부터 삭발한 상태로 면접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면접에 들어갈 때마다 면접들의 흔들리는 눈빛이 느껴졌다. 눈빛에서 이미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뭐지..?? 사회에 불만 있나..?? 왜 머리가 없지..??'


결과를 기다릴 것도 없었다. 가발을 벗은 그 순간부터 탈락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냥 호주에 눌러앉아 살았어야 했나 생각을 했다. 외국 출신 친구들은 내 이야기에 공감조차 하지 못했다.


혹자는 실력이 중요하다고 하고, 태도가 중요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외모가 어느 정도 받쳐 줄 경우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 실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탈모로 삭발을 한 사람들은 취업시장에서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요즘엔 스타트업도 많고 문화가 유연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당시의 분위기는 정말 많이 달랐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남들보다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사회에서의 규칙을 따라야 할 때가 있다. 젊은 나이에 더럽고 치사해서 외모를 덜 보는 나라로 이민을 갈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에겐 보살펴야 하는 가족이 있었다.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가발을 쓴 채 신입 은행원 교육을 위해 연수원으로 향했다.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컨설팅을 하기 전 있었던 재밌었던 에피소드를 써 보았습니다. 그땐 재밌지 않았지만요..
커버 사진 보면 두상도 예쁜데..그렇죠..? ^^
(전 원래 이렇게 유쾌한 사람이랍니다...)

위 내용은 제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1 https://www.instagram.com/reel/C5Pnk3oxZtX/?igsh=c2Q5NHVybDlhMHhm
#2 https://www.instagram.com/reel/C5Upgj1xtAu/?igsh=ZnB0MWVkemdtY3Jq
#3 https://www.instagram.com/reel/C5gKV_qx6yL/?igsh=bnBieWNsY2NyeTJp
이전 11화 40개 회사 서류탈락에서 대형 회계법인 취업까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