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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Dec 08. 2020

이곳에서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행 중

강릉 라이프, 선물 같은 삶 



마흔에 접어드니 내가 지니고 가야 할 삶의 원칙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머릿속에 떠다니는 두리뭉실한 생각 조각이 아니라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명확하게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야 더 명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삶이 아니라 나의 깊은 내면이 만족스러운 삶. 누군가처럼 살아가는 인생이 아닌 진정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는 삶. 내게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들은 바로 자신만의 색깔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살아보니 의외로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더라. 





공간, Space


2016년 봄에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을 했다. 아파트를 분양받고 입주까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가 살아갈 공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준비했다. 무엇보다 집은 가족들의 온전한 휴식처가 되어야 하고 가족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존중되어야 했다. 불필요한 짐으로 집을 가득 채우기보다 우리 가족의 시간과 추억을 담는 그릇이 되길 희망했다. 이사를 할 때도 이전에 쓰던 물건을 최대한 리폼해서 사용하고 있고 이사하면서 새롭게 들인 가구는 이전엔 없던 둘째 아이의 침대와 식탁이 전부다. 아직 나의 삶이 미니멀 라이프에 많이 모자라지만 어떤 물건이 내게 설렘을 주고 즐거움을 주는지 안다.  

   

그래서 가진 물건은 더 소중하게 사용하고 앞으로 들일 물건에는 더 신중하게 되었다. 기분에 내켜 갖고 싶은 물건을 충동적으로 사기보다 꼭 필요한 좋은 디자인의 물건을 오래 쓰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산 물건들은 나의 삶 속에서 확실한 즐거움을 준다. 소유를 늘려가며 만족을 찾기보다 시간과 경험을 속에서 얻는 가치가 더 귀한 것임을 잊지 않는 내가 되길 바란다. 작은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하면서 더 소박한 삶을 꾸려나가는 나를 지금도 꿈꾼다. 




최고의 인테리어 소품, 초록 식물


초록 식물들은 사계절 집안을 싱그럽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존재다. 


거실에 큰 가구나 가전제품이 없는 우리 집엔 식물들이 꽤 많은 편이다. 거실은 그만큼 더 넓은 공간을 누릴 수 있게 되었고 사계절 내내 초록 식물들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즐거움이 크다. 무엇보다 식물들은 눈을 편안하게 하고 공기 정화에도 좋다 하니 이만한 인테리어 아이템은 없는 것 같다. 적절한 시기에 물과 비료를 공급해 주는 것, 햇볕을 보게 해 주는 것, 바람이 잘 통하게 해 주는 것 모두 신경 써서 돌봐야 한다. 어쩌면 번거롭다고 느낄 수 있는 과정이지만 그것들이 지닌 생명력과 잠재력을 생각하면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남편은 이따금씩 식물들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우리가 잘 돌볼 수 있는 식물 그리고 우리 집에 적합한 식물이 어떤 것들인지 알게 되었다. 남들은 실패 없이 키운다는 선인장 그리고 다육 식물들은 늘 사랑이 넘쳐서 문제였다. 식물을 돌보며 사람과의 관계도 생각해 보게 된다. 적당한 관심, 적당한 거리가 오히려 낫다. 지나치면 늘 탈이 나고야 마는.





마법의 패브릭


식구들은 예전부터 알았지만 정작 나는 몰랐던 패브릭 사랑. 특히나 키친 크로스, 테이블 매트는 집 안에서 뿐 아니라 피크닉에서도 정말 잘 쓰는 아이템이라 내 취향의 패브릭을 만나면 행복감이 밀려온다. 식탁은 물론이고 싱크대나 방 곳곳에, 피크닉을 갈 때도 챙기는 키친 크로스는 작지만 확실한 분위기 메이커이다. 매일 같은 그릇을 올려도 식탁 위의 패브릭이 바뀌면 언제나 새 그릇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계절에 따라 그릇과 패브릭을 적절하게 매칭 하면서 식탁의 분위기를 다채롭게 표현하는 즐거움이 있다. 


볕이 좋은 날 삶고 빨아서 말려 놓은 테이블 매트에서는 행복한 향기가 폴폴 난다. 






나만의 홈카페


인구밀도 대비 카페가 가장 많은 곳이 강릉이라고 한다. 전국에서 커피 맛 좋기론 물론이거니와 곳곳에 분위기 좋고 특색 있는 카페들이 정말 많은데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상점들이 오픈을 알리니 내겐 참 신기한 현상처럼 느껴진다. 나도 이따금 씩 좋아하는 카페에 들러 향 좋은 커피 한잔으로 기분 전환하는 것을 즐기고 지인들과 함께 나누는 차 한 잔의 여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내 마음속 1등 카페는 우리 집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차와 함께 가장 편안한 옷을 입고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즐기는 쉼표는 일상을 더 잘 이어나가게 하는 힘이다. 


    더운 날엔 좋아하는 티를 차게 우리고 레몬 한 조각 퐁당 수분과 비타민이 충전된다.






차를 즐겨 마시는 습관 때문에 차와 잘 어울리는 디저트도 매우 좋아한다.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가게들에서 사 먹을 때도 있지만 되도록 아이들과 함께 쿠키나 케이크를 만든다. 한식은 조리의 준비 및 과정이 다소 복잡한 편이어서 아이들을 참여시키기 어렵지만 베이킹은 그 과정이 훨씬 단순해서 아이들과 함께하기 안성맞춤이다. 때론 혼자서 할 때보다 뒤처리가 많아지긴 하지만. 


먹는 시간만큼 만드는 과정도 행복한 레몬 케이크




발효된 빵 반죽은 마치 아가 엉덩이 같다. 그래서 자꾸만 빵을 만들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얼마 전, 우연히 베이글을 만드는 영상을 보고 나서 빵 만들기에 도전했는데 그 맛에 반한 나머지 그동안 어렵게만 생각했던 제빵도 맹연습 중이다. 만드는 빵마다 식구들의 반응이 좋아서 오븐이 쉬는 날이 며칠 없다. 따끈한 빵은 나도 모르게 자꾸 손이 가서 많은 절제력이 필요하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도 즐겁고 아이들과 함께 만든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쫄깃한 식감에 반해 버린 홈메이드 베이글 




홈 트레이닝 


꾸준히 무언가를 지속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 어쩌다 보니 만 14살에 대학 수학능력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딸은 우리 집에서 가장 자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언제부터인가 딸은 자신에게 맞는 영상을 찾아 홈 트레이닝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이전에 하던 운동마저 할 수 없게 되어 딸이 추천해준 영상으로 나도 홈트족의 일원이 되었다. 홈 트레이닝은 장소와 시간 그리고 복장에 구애받지 않고 나의 컨디션에 따라 맞춤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자기 의지력이라는 준비물만 갖추어 있으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꽤나 매력적이다. 아침, 저녁 틈나는 대로 하고 있는 스트레칭은 셀프 마사지라 여기며 하루하루 애쓰고 있는 내 몸에게 주는 선물이다.      


좋은 식재료의 음식을 먹고 꾸준한 운동을 습관화하더라도 뜻하지 않은 질병이 찾아올 수 있겠지만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고 선택하는 좋지 않은 습관으로 인해 질병을 얻는 어리석음은 범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하루 30분, 나를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나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함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감사를 나누는 삶

     

3대째 기독교 신앙을 물려받은 나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뉴질랜드 유학을 하고 있는 동안 한인교회에서 피아노반주자로 예배를 섬겼다.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 복학 전, 워킹 홀리데이로 뉴질랜드에 왔던 지금의 남편을 교회에서 만났고 둘 다 한국으로 돌아와 1년 6개월의 열애 끝에 우리는 가정을 이루었다. 


간헐적으로 드리던 가정예배는 3년 전부터 우리 가정에 잘 정착했고 성경을 함께 읽고 하루 중 있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리며 감사를 나누는 시간을 매일 저녁 가진다. 행복하고 특별한 일들이 매일 존재하지는 않아도 일상 속 작은 감사를 찾는 일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픈 유산이다. 감사는 또 다른 감사를 낳음을 알기에 그리고 우리가 누리고 살아가는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선물임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늘도, Give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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