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나무 1-2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보고 있는 만으로도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깜박이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내 두 눈에 저 사람의
눈짓, 손짓, 몸짓, 발짓까지
꾹꾹 눌러 담아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지금,
이 사람의 모습을
꺼내볼 수 있게
1초도 아까웠다.
무성한 잎이 나 있는
나무를 올려다보면
튼튼한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그가 보이는데
손에 잡힐 수 없는 사람이었다.
설령 그가 있던
그 자리에 올라가면은
그는 더 높은
나뭇가지로 올라가 있어
또 우러러보게 되었다.
같은 선상에 놓인 사람이 아닌
평행선에 놓여 있는 사람,
좋아하지만 포기해야 하는 사람,
어느 한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고 싶지만
그 사람을 볼 때면
스스로가 보잘것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무것도 가진 거 없이
내세울 거라곤
어린 나이밖에 없고
하는 일도 없이
하루하루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시시한 사람이었다.
그런 나에 비하면
그 사람은
어느 한 분야에서 이름을 알렸고
아는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모를 수가 없었고
하루하루를 허투루 쓰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고
고작 3살 차이 밖에 나지 않지만
모든 게 어른스럽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사회성도 나보다 나은 사람,
그렇게 대단한 사람을
좋아할 수는 있지만
이성으로 연결되면
스스로도 몸서리 칠 정도로
용납이 되지 않았다.
마음이 깊어질수록
객관적인 내가 보였다.
부끄러웠다.
인생을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과
아무것도 하기 싫고
시간만 축내거나
하고 싶은 게 있는데도
방법도 모르고 집중도 안 되고
노력조차도 하지 않고
변명만 늘어놓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지금이야 그런 시간들이
아무렇지 않은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 앞에서
자꾸만 비교를 하고
단점을 부각해
스스로 비판하게 되니
삶이 창피했다.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
사람관계에서 물건도 아니고
급이 어디 있고
순위가 어디 있냐고 믿지만
현실에서는 저급한 순위와
급이 존재했다.
첫사랑오빠가 나보다
급이 높다는 소리가 아니라
첫사랑은 사람이 아닌 사람이었다.
저 나무 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살면서 존경하는 사람이 딱 2명이 있다.
헤르만헤세와 첫사랑,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밑에 사람 없다.
누가 못났고 누가 잘났고를
따지지를 않는다.
경쟁을 싫어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서열이
불편하고 유치하다.
같은 상황에 보는 시선은
각자 다 다르니
1을 알고도 세상을
다 알았다는 사람이 있고
100을 보고도 세상을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다.
순위가 뭐가 중요할까 그렇다.
나는 너고 너는 나야의 말을
무슨 감정인지는 알겠으나,
나는 나고 너는 너지,
다르기에 이해가 있고
다르기에 배려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그러니 누군가를 높이 본다는 건
곧 서열을 인정하는 거고
사람을 존경한다는 말이
존재하지 않다고 믿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존경을 해?’
그 의미를 바꾸게 한 사람이
헤르만헤세와 첫사랑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