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자기혐오와
자존감이
박살 난 나였다.
나를 인정할 수 없으니
다른 누군가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첫사랑이 바꾸어 주었다.
언제나 좋게 보았다.
무엇을 해도 나를 높이 사고
저 사람이 나중에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되어
딸을 낳게 된다면
저런 눈빛일까?
저런 표정일까?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집에 와 잠이 들 때까지
그의 생각뿐이었다.
스스로가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라고 결론이 나왔다.
저 사람은 저렇게
자기 일을 노력하면서
빛나는데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없었다.
글을 쓰는 것 외에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글 말고는
노력하고 싶지도 않았고
글을 쓰고 싶었지만
열정만 가득했고
나라는 사람이 써도 되나?
자신감이 없었다.
엄마가 그랬다.
아무나 글을 쓰는 거 아니라고
네가 뭐 안다고 글을 쓰냐고,
많은 걸 느껴야
글도 쓰는데
뭐가 있냐고
그 말에 자존감이 바닥이었다.
상처가 되었는지
아무런 힘이 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을 일기장에
이렇게 많이 쓰고
소재 노트가 이렇게 많아라고
되받아 치지 못했다.
되받아 치면은 예의 없다.
어른이 말하는데
누가 이렇게 말을 하냐부터
비난이 더욱더 쏟아졌다.
나라는 사람은
쓸모없는 인간인데
더욱이 쓸모없음을
나열하는 말을 들을
힘이 없었다.
이럴 때면
파놓은 동굴에
들어가 잘 나오지를 않았다.
밖에서 들리지도 않는
동굴이라는 방에 들어가
웅크린 채
눈물이 주룩주룩 났다.
글을 쓴다는 게
잘못된 일인가?부터
나란 사람은
무엇을 하면 안 되는 지부터
예전에 있었던,
안 좋았던 일이
눈앞에 일어나는 것처럼
생생하게 생각이 났고
하루 종일 울어댔다.
그때 나를 좋게 봐준
그가 생각이 났다.
나무 위에서 맛있는 사과를
먹으며 두 다리를
왔다 갔다 하는 상상.
두 다리를 땅에 대고
그 나무 밑에서
그 사람을 올려보는 상상.
왜 그 상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조금이나마 우울감이 나아졌다.
그의 옆자리가
내 자리가 아니라서 그랬는지
그의 앞에 서면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다음 편에 계속
(다음 편은 밝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