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nia Oct 10. 2021

피자 상자가 불러온 기억

나의 초록집 냉장고 속 바로 그 피자

나의 초록집 Gerbermühl Straße  냉동실에 늘 있던  피자.
Dr. Oetker.
언제든 아이들이 오면 꺼내 구워줄 수 있도록 Aldi에서 몇 박스씩 사다 놓았던 바로 그 피자.

며칠 전 동네 슈퍼에서 이 상자를 본 후 한동안 얼어버렸다.
그때 그 오븐에서 나던 냄새, 왁자지껄한 소리, 언니! 누나! 하며 뛰어들어오던 아이들의 표정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느낌이었다.

싸구려 냉동 피자였지만, 오븐에 아래 위로 넣어 돌려서 다 같이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외로운 타지 살이에서 가족이 생겼던 시간.
사춘기 2세 아이들과 어린 유학생 나.
함께 타닥이며 참방 탐방 흔들렸던 시간.
하숙집 아줌마로 늙고 싶은 나의 꿈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내일, 아니 오늘은 그리웠던 이들을 만난다.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거리와 위치, 상황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
자유로운 만남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야 더욱 깊이 깨닫는.. 어리석은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이제라도 깨달아서 감사하다.

늘 누군가는 그리운 삶.
그리워할 사람은 그리워하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깊이 만나야겠다.

(피자 상자가 준 단상,
BGM은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의 '주안')


냉장고 속 피자가 있던 초록집 이야기

https://brunch.co.kr/@gnade1018/2


https://brunch.co.kr/@gnade1018/1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