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의 마음치유 일기 9-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나와 그것(I-it)'과 '나와 너'의 관계를 구분했다. '나와 그것'의 관계에서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피상적으로 다룬다. '그것'은 그저 우리의 목적을 돕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은행원은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돈을 내주는 사람일 뿐 그 존재는 무시된다. 오래된 숲은 벌목을 기다리는 목재다. 하지만 '나와 너' 관계로 옮겨간 은행원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욕망이 있고, 꿈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존재다. 오래된 숲은 목재를 넘어 그보다 훨씬 큰 목적을 지닌다. '나와 너'의 관계에서 봐야 우리 마음에 비로소 은행원이나 숲을 향한 존중심이 생겨난다. '나'와 '너'가 '우리'의 관계로 진입한다.
연결되면 책임감이 생긴다. (...) 우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꼬리표를 달면 그들의 인간성을 무시할 수 있다. 그럴 수 없도록 우리와 그들을 연결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것이 작가로서 우리가 져야 할 책임 가운데 하나다. 그들의 역사, 그들의 가족, 그들의 감정, 그들의 정당한 요구 등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복잡한 인간인지 보여주는 이야기를 만들어 독자와 지구 상의 모든 이들을 연결해야 한다. 우리는 1차원의 전형적 인물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차원의 개인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나와 너' 관계로 이어지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작가는 막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좋은 글은 사람을 다른 사람, 다른 생명, 이야기, 아이디어, 행동과 연결시킨다. 독자가 세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해 준다. 작가는 늘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경험을 했나요?' 작가는 듣고, 관찰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운 것을 글로 공유한다. 세상을 잇는 글쓰기는 공감 훈련에 다름 아니다. '공감은 가장 혁명적인 감정'이다.
세상을 잇는 글쓰기는 '변화를 일구는 글쓰기'로, 훌륭한 심리치료처럼 사람들이 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낸다. (...) 심리학자 도널드 마이켄바움은 심리학자를 '희망 공급자'라고 정의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글을 쓰는 작가도 역시 희망 공급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