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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nugeun Jan 18. 2020

일의 기쁨과 슬픔, 독후감

저도 이렇게 글을 쓰고 싶습니다



장류진 작가를 처음 알게  , 아내가 재밌다며 읽어보라고 보내준 아래 링크를 통해서였다(아래 링크에 전문이 실려있었는데 현재는 정기 회원만 볼 수 있게 바뀌었다).
 
소설 | 21 창비신인소설상 당선작
일의 기쁨과 슬픔

https://magazine.changbi.com/q_posts/%ec%9d%bc%ec%9d%98-%ea%b8%b0%ec%81%a8%ea%b3%bc-%ec%8a%ac%ed%94%94/?board_id=2659


글은 아주 경쾌하게 시작해서 그 경쾌함을 끝까지 유지하기 때문에 단숨에 전부 읽을 수 있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글에 몰입된다. 만약 당신이 직장에서 일해봤다면, 특히 그 직장이 IT 회사였다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나도 내 생활에서 얻은 영감을 글로 옮겨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써 내린 글이 이 작가의 문체를 닮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단편을 10번도 넘게 읽어본 것 같다. 물론 직접 써보니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이토록 상큼하고 청량하게 담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장류진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당선작 제목을 그대로 책 제목으로 사용한 이 책은 총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보여주었던 적당히 기분 좋은 가벼움을 나머지 7편에서도 놓치지 않는다.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고 매력이다.
 


8편 중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단편은 일의 기쁨과 슬픔이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7편 중에서 재밌던 걸 꼽아보면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와 '백 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그리고 '탐페레 공항'을 꼽고 싶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의 화자는 남자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작가가 남자의 마음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노천에 들어가기 전 남자의 행동을 이토록 적나라하면서도 담백하게 표현해 냈다는 게 놀라웠고, 자기 욕망을 스스로에게조차 숨기는 모습을 아주 자연스럽게 묘사한 부분에서도 놀라웠다.
 

백 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백 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은 단편 중에서도 좀 짧다. 하지만 그 짧은 분량으로도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청년의 첫 출근길 모습과 감정을 아주 잘 표현했다. 일의 기쁨과 슬픔과 가장 닮은 느낌의 단편이 아닐까 싶다.


탐페레 공항


탐페레 공항은 이 책에서 가장 따뜻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멋있는’ 남성 캐릭터가 나오는 단편이기도 하다. 비록 그 남성이 외국 국적의 할아버지긴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은 다른 단편의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고달픈 현실에 시달리면서도 탐페레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할아버지와의 작은 인연에서 따스한 온기를 얻어 다시 삶을 살아갈 힘을 얻고, 그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독자 역시 힘을 얻게 된다.
 

마치며


아주 재밌게 읽었다. 단편이어서 출퇴근길에 읽기 딱 좋았다. 출근길에 한 편 읽고 업무를 시작하고, 퇴근길에도 한 편 읽고 육아를 시작했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기분 나빠할 만한 요소가 있긴 하다. 예를 들어 개발자를 소심하고 예민한 오타쿠 같은 캐릭터로 묘사한다든지, 글에 나오는 남자들의 성격이 모두 조금씩 이상하다든지. 하지만 나 역시 책을 읽을 당시에 남자 개발자인데도 아주 재밌게 읽었다. 조금 과장된 면이 있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그런 성격의 사람이 실존하며 일터에서 종종 만나기도 하니깐. 사실 괴팍한 성격의 종류가 다를 뿐이지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능력을 앞세워 다소 비정상적인 성격을 다른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일하는 사람들은 이 사회에 아주 많다(글을 쓰는 지금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은 가상 속의 인물이긴 하지만 닥터 하우스라는 미드의 주인공 닥터 하우스다).


읽으면서 영화 리틀 포레스트나 드라마 멜로가체질이 생각났다. 혹시 비슷한 느낌을 영상 매체에서 찾아보는 사람이 있다면 아래 영화와 드라마를 추천한다.


단편 소설집을 재밌게 읽고나니, 이 작가의 장편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단편보다 훨씬 긴 분량의 글에서도 장류진 작가는 이렇게 발랄하고 청량한 문체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궁금하다. 장편이 나오면 그때도 꼭 한 권 사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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