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이예지 양
외할머니 집에서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너를 안고 집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한 팔로 너를 받친 채 우산을 들고 아빠 가방과 네 가방도 챙겼다. 어디 노는 손가락 하나 없더구나.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너에게 괜찮냐고 물었던 것은 안부도 궁금했지만 다른 바람도 있었다. 잔뜩 힘이 들어갔던 어깨는 점점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 거울로 아빠 어깨너머 말똥말똥 반짝이는 까만 눈동자를 포착했다. 마지막일 게 분명한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예지야, 걸을까?"
대답은커녕 아무 반응이 없더구나. 다시 거울을 보니 너는 미간에 약간 주름이 잡힐 정도로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현관에 우산과 아빠 가방, 네 가방을 놓고 너만 안은 채 방으로 들어갔다. 초저속 재생으로 침대에 눕히는 순간까지 눈을 뜨지 않은 인내는 훌륭했다. 잘 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