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길 다시 가지 않는 이유는 커피맛이 변해서가 아니야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자주 가던 곳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나요?

분명 익숙한 곳인데 무엇인가 달라진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변한 것이 내가 아닌데 말이죠.



음악

-노이즈 (어제와 다른 오늘)

(48) 노이즈 - 어제와 다른 오늘 [열린 음악회/Open Concert] | KBS 241201 방송 - YouTube




사연

집 근처에 자주 가는 카페가 있습니다. 커피도 맛있고, 직원분의 친절이 좋아서 오픈했을 때부터 계속해서 다녔던 곳이었습니다.

커피숍이 많은데도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보니 늘 손님이 북적였습니다. 그래도 가깝기도 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커피숍이라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커피숍에 가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맛이 변한 건 아니었습니다. 분위기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가기가 꺼려졌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국은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늘 상냥하게 웃으며 반겨주시던 직원분이 언제부터인가 표정에 웃음끼가 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일이 피곤해서 그러신 거라 생각하고, “많이 피곤해 보이세요.”라면서 말도 건네기도 했지만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그 다음번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편의점에서 ‘비타 500’을 사서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마지못해 하는 것이 걸리긴 했지만 그걸 바라는 건 아니었고, 드린 거에 만족했습니다.

또다시 들렸을 때는 그 직원분이 눈 맞춤은 고사하고 인사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했고, 바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 인사를 받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때부터였던 거 같습니다.

이 커피숍에 오는 게 불편하다는 걸 감정이 들기 시작한 것이.

내 돈 주고 마시는 커피숍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셔야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한 건물에 하나씩 있는 것이 커피숍이니까요.

그래도 처음부터 다니던 곳이다 보니 익숙하기도 하고 직원분의 지친 표정으로 비타 500을 드리면서 챙겨드렸으니 나름 친밀감이 형성되었다 생각했는데 그게 완전히 저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다른 손님들에게는 억지로라도 인사를 하셨고,

음료를 받을 때도 제가 “감사합니다”라고 했지만

역시나 묵묵부담.

다음 손님께는 “맛있게 드세요.”라고 하시는 직원분의 목소리에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이쯤 되니 ‘내가 실수한 게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감정이 든 이후로는 되도록 그 커피숍은 피하게 되었습니다. 그 커피가 아니면 안 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아쉬운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과 노트북을 챙겨 나온 날 그곳을 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미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 커피숍으로 약속을 잡고 들어갔는데 그 커피숍의 건물주께서 사장님과 직원분께서 이야기하고 계셨습니다. 그 건물주와는 얼굴을 알고 있는 사이라 인사를 했더니 그 직원분께서 생글생글 웃으며 세상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미팅 후 내려와서 빈 커피잔을 드리면서 “잘 마셨습니다. 수고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는데

역시나 무대응을 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에 놀랐습니다.

1시간 전에 저에게 세상 반갑게 인사하시던 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날 이후로 그 커피숍은 가지 않습니다. 미팅이 있는 날에도 다른 곳으로 잡고 발길을 끊었습니다.


서비스직이라고 해서 친절이 당연한 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갑질을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직원분께서 보여준 태도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모르는 실수를 했다면 오해가 생기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실수를 정말 모릅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분 좋아지기 위해서 나만의 유일한 사치인 커피를 마시러 가는 길이 불편하다면 그곳을 가지 않는 것이 맞다 싶습니다.

오늘도 결국 다른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돌아왔습니다.



음악

-브라운 아이즈 (wiht Coffee)

(48) 브라운 아이즈 - with Coffee - YouTube



클로징

오해일 수 있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풀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마주치지 않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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