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은 안 사면서 책을 선물로 준다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어떤 선물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선물을 고르는 동안에 선물 받을 사람을 생각했다는 것이 행복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니까요.

오늘은 어떤 선물을 누구에게 할지 생각하면 그것 또한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요?



음악

-UN(선물)

(48) 유엔(UN) 선물 (가사 첨부) - YouTube



사연

교보문고에 가서 문을 열면 나는 책 향기가 참 좋습니다. 그 향기가 좋아서 결혼 전에 약속을 잡을 때는 일부로 교보문고 근처에서 많이 잡았습니다. 광화문, 잠실, 강남 근처에서 잡고 약속시간 2시간 전에 나가서 서점에서 책 한 권을 다 읽고 누군가를 만나면 마음 부자가 된 거 같은 착각에 빠지곤 했습니다.

교보문고에 진열되어 있는 책 표지만 봐도 요즘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고, 관심 가는 책은 사지 않고 주저앉아서 읽어도 어느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교보문고의 창립자이신 신용호 회장님께서 직원들에게 당부하신

1.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들에게도 반드시 존댓말을 쓸 것

2. 한 곳에서 오래 서서 책을 읽어도 그냥 둘 것

3. 책을 이것저것 빼보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주지 말 것

4. 앉아서 책을 노트에 베끼더라도 그냥 둘 것

5. 책을 훔쳐가더라도 망신 주지 말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운영방침 중, 2번 3번은 저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결혼 전에는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사서 책을 수집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집에 있는 책의 대부분은 10년 훌쩍 넘은 책들이 많습니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긴 뒤로는 도서관으로 달려갔습니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책과 마음껏 친해지라고 만들어둔 공간에서 아이는 책을 장난감 삼아 맘껏 누렸습니다.


아이가 생각보다 빨리 한글을 깨치면서 더 바빠졌습니다.

아이를 위한 전집은 들이지 말자고 마음먹은 저는 아이가 읽을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책꽂이를 업데이트를 해주면 그만큼 아이가 더 많이 책을 읽겠다는 생각에 가족 모두가 회원증을 만들고, 빌릴 수 있는 최대한의 권수를 채워서 빌려왔습니다. 읽지 않으면 어때요?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다음에 또 빌려오면 되지 뭐 이런 생각으로 대출하니 마음도 편하고 자기 만족도도 커졌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엄마가 의도한 대로 책을 많이 읽는 아이로 크고 있습니다. 여전히 책은 대출해서 읽고 있습니다. 집 근처에 운영하고 있는 도서관에 3곳이 있어 매주 돌아가면서 빌려오고, 읽고 싶은 책이 없으면 희망도서에 신청하면 2주 안에 읽을 수 있으니 책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도서관도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 사서 선생님께서 신간을 구입하실 때 아이에게 읽고 싶은 책을 묻거나 다른 곳에서 기증한 책이 들어오면 아이에게 가장 먼저 알려주셔서 신간도 늦지 않게 읽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가 정말 소장하고 싶은 책은 특별한 날 선물로 주는 것으로 인식되어 소장하고 싶은 책 선정하는 것도 신중합니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저와 아이인데 책을 구입하지 않지만 구입금액은 꽤 나가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주변인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지인에게는 읽고 싶은 책을 아무 이유 없이 선물로 주기도 하고, 대화 중 “요즘 OOOOO이 책이 유행이더라. 읽어보고 싶네.”라는 말을 들으면 커피대신 책 선물을 하곤 합니다. 제가 읽을 책을 구매하는 것도 아닌데 책을 선물할 때는 기분이 좋습니다. 마치 내가 읽을 책을 구매하는 대리 효과도 느껴집니다. 그렇게 책을 선물하면 반대로 책 선물도 많이 받습니다. 어떤 책은 3권까지도 받아봤습니다. 제 취향을 정확히 아시는 분들이 아무 이유 없이 보내주신 것이 3권. 여기서 반전은 저는 이미 대출해서 읽었는데 소장 도서가 3권이라는 거죠. 그래도 좋아요. 제 취향을 아시는 분들이 저를 생각하시면서 보내주신 것이니까요.


이렇게 책 선물로 상부상조하는 지인들 덕분에 내가 사지는 않지만 새 책이 마르지 않고 제 책장에 있습니다.


음악

-자전거 탄 풍경 (네에게 난 나에게 넌)

(48) The Classic OST - 자전거탄풍경 '너에게 난 나에게 넌'(Me to You, You to Me) - YouTube



클로징

오늘 오후에도 도서관에 신청한 책을 찾아왔습니다. 내 돈 주지 않고 새책을 볼 수 있는 이 시스템이 참 좋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읽고 쓰는 사람으로 오래 남고 싶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