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수술 후 의식회복,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내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어

by 릴리즈맨


꿈을 꾸는 줄 알았다. 뭔가 붕 뜬 느낌과 동시에 어지러움이 확 하고 몰려왔다.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는데, 그냥 무의식의 세계에서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자아와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또한 감각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대략적으로 완전히 나 자신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정확하게 세어보진 않았지만 7시간 정도 걸린 걸로 기억한다. 그전까지는 나 자신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무의식 속의 내가 '나'인척 하며 현재를 대신 살아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까.




일단 의식회복이 좀 되고 나서는 정말 어지러웠다. 진짜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가던데,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무언가를 보기만 해도 내가 돌아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밤마다 정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는데, 마치 풍선에 물을 가득 넣어서 터지기 일보직전의 느낌이었다.


그런 상태가 2~3일간 지속됐는데, 병원에서는 진통제 이외에 다른 추가적인 처방은 안 해줬었다. 오히려 진통제를 가져오는 부모님께 한 소리 했다고 들었다. 혹시 아프다고 꾀병 부리는 게 아니냐면서, 젊으니까 괜찮다고 돌려보냈다고 했다.


만약 내가 그때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다면 큰 소리로 혼내줬을 것 같다. 고통에 차있는 환자에게 할 소리냐고, 다시 검사를 하던지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방법을 찾아주는 게 진짜 의료인의 자세가 아니냐며 말이다.




어쨌든, 그런 고통이 계속 지속되니까 결국 다시 CT촬영을 해보니 뇌척수액이 흡수되지 않아, 뇌압이 가득 찬 상태라고 안내해 줬다. 결국 원인이 있는데, 알아보지 않은 셈이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이가 갈리는데, 읽고 계신 독자분도 혹시 이런 경우가 생긴다면 꼭 CT 혹은 다른 검사를 통해 확인해 보시길 권장한다.


괜히 참다가 나와 같은 생지옥을 경험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말이다. 결국 2차적으로 척추에 구멍을 내어 척수액을 빼내고 나서야, 통증이 사라졌다. 참 쉽지가 않았다. 수술만 하면 다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리고 다시 의식회복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처음에는 내가 누군지 잘 인지가 안 됐다.


무의식 속의 '나'라는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누군가 나를 물었을 때 순간 내가 누구인지 헷갈었다. 물론 그 당시엔 대답한 기억조차도 안 났다. 그냥 나는 누구고, 여기 왜 누워있으며, 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의문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 상태가 계속 지속된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억상실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 다행히 나는 몇 시간 뒤에 '나' 자신을 찾았지만, 운이 나빴다면 정말 힘든 나날이 지속되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건 정말 끔찍한 악몽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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