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병원 정형외과 경험담.
시간은 걸리지만 홀로 하나하나 차곡차곡 해결 중이다.
남편이 은근히 자상한 척하며 회사에서 잠깐 나올까 라고 묻는다. (사실은 자상한 남편 맞다.)
오 노. 아니 더 성가 시다. 혼자 가겠다고 했다. 그게 편하다.
우선 Han Phuc병원에 여성 호르몬 검사, 초음파 그리고 갑상선 검사를 한 생태이다. 비용은 250만 동 (100불) 정도에 나왔다. 하늘과 땅 차이인 병원비. 다시 한번 놀랬다. 베트남에 병원비가 사악한 건 사실이지만 이전 패밀리 메디컬은 정도가 과했다. 산부인과 결과는 현재 기다리는 중이고 AHI 엑스레이, 루마티스 관절 피검사 결과 비용은 280만 동 정도 나왔다. (120불 정도)
몸 전체 이구석 저구석이 신호를 보내왔다. 발목, 손목, 무릎, 꼬리뼈, 뭐 몸에 있는 전신 뼈가 돌아가면서 아팠다. 이웃 언니가 American Internatioal Hospital 정형외과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녀의 피드백을 참고해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예약을 했다.
AHI라고 American Internatioal Hospital이다. 요 근래 2년 안에 새로 생긴 병원이다. 외국인 의사 없이 베트남 의사들만 있는 곳이라서 꺼려 지기는 했지만 2020년이 아닌가. 베트남이 변하고 있고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더 이상 나 혼자 2007년도 베트남 의식 수준에 머무를 수는 없었다. 이곳 산부인과에서 출산도 제법 많이 하고 있고 통역하시는 분에 의하면 하루 20명 정도의 한국 고객이 이 병원을 찾아온다고 한다.
AIH병원은 푸미흥에 위치한 FV와 비슷한 첫인상이었다. 먼저 차를 주차해야 했다. 주차장은 골목 제일 끝 메인 빌딩 건물 입구로 들어가서 병원 뒤쪽 넓은 잔디밭에 주차를 하면 된다. 주차비도 무료였다. 주차 공간이 큼직 큼직 하니 베트남 답지 않았다.
주차를 하고 걸어서 병원 입구 쪽으로 갔다. 코비드 이후 병원 출입 시 컴퓨터에 방문 기록을 남긴다. 열을 체크하고 스티거나 어린이 놀이 파크에서 자유이용권을 끊으면 주는 종이 팔지를 착용하고 메인 빌딩으로 들어갔다. 병원 정 중앙에 리셉션이 있었고 그곳에서 모든 것을 안내받았다. 예약 시 처음 방문이라 여권 지참 안내를 받았다. 사실 깜빡할 것 같아 예약 한 날부터 이틀 동안 가방에 넣어 다녔다.
깜빡깜빡 병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대화하던 중 단어 생각 안나는 것은 기본이고 거실을 하루에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는지 모른다. 분명 무언가를 위해 거실로 나왔는데 순간 깜빡한 것이다. 생선 조림 한 냄비를 냉장고에 넣는다는 것이 냄비 수납장에 넣어둔 뒤 다음날 아침 날리 법석을 떤 적도 있다. 아침 준비를 하는데 생선조림이 냄비 체로 공중에 사라진 것이다. 생선 조림 냄비는 다음날 저녁 요리를 하기 위해 냄비를 꺼내다 발견되었고 순간 스스로 어이가 없어 한없이 웃었다. 티브이 리모컨을 가방에 넣고 다녀 한동안 리모컨을 찾지 못해 집안을 통째로 뒤진 적도 있었다. 결국은 핸드폰이 울렸을 때 가방 안에 손을 휘휘 저어 핸드폰을 찾던 중 리모컨을 가방에서 꺼내 전화기처럼 받은 적도 있다. 티브이 리모컨은 찾았지만 은행 직원이 이상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그 직원도 웃음을 겨우 참는 듯했다. 뭐 요즘 이게 나의 일상이다.
이전엔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서 준비하고 한 번에 처리하던 일들이 이젠 메모장이 없으면 일의 순서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1층 메인 리셉션에서 여권을 보여주고 간단한 사진을 찍었다. 마스크를 항상 쓰고 다녀 화장도 하지 않고 부스스한 얼굴로 갔는데 사진을 찍을 줄 알았음 비비 크림이라도 얼굴에 처발 처발 하고 갈걸 하고 생각했다. 3층으로 안내를 받았다. 병원은 깔끔하고 시원한 느낌이었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 시 웬만한 의사소통은 무리가 없지만 전문 용어는 자신이 없었던 터라 통역 도움을 신청했다. 시간 지체 없이 바로 나이 지긋한 수녀 님이 오셨다. 검정 옷에 하얀 피부에 투명하고 동글한 안경을 끼고 계셨다. 동글한 얼굴에 목소리는 중 저음톤이었다. 편안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어디가 불편한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나의 손을 보고 자기 새끼손가락 휜 것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루마티스는 아닌 듯하다고 안심시켜 주셨다.
손의 상태를 사진 찍어 카카톡오로 송여사(엄마)에게 전송을 했을 때와는 정 반대의 느낌. 송여사는 루마티스일 수도 있다며 호들갑에 하루빨리 병원을 방문 하라며 날리 법석을 피웠다. 송여사와는 정 반대의 느낌이다. 우리 엄마 송여사는 자식 사랑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여장부이다. 당연 그녀와 수녀님은 정 반대. 송여사 사랑해~
엑스레이를 찍고 피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피검사 소견 중 루마티스 결과는 바로 당일 불가능하고 이틀 정도가 소요된다고 했다. 다시 검사 결과 확인 날짜를 예약하고 집으로 향했다. 유달리 햇빛이 쨍쨍거렸다. 집에 오는 길 가부좌를 틀고 계신 그분을 잠깐 뵙고 왔다. 역시 그분은 지금 내가 현재 존재하는 부분의 중심임은 틀림없다. 편안한 미소에 나도 한번씩 웃고 집으로 돌아왔다.
AHI 병원에서 이틀 동안 3번의 확인 전화가 왔다. 병원 검사 결과 예약 변경 없는지 확인 차 온 전화였다. 마음 한편에 차라리 메시지로 보내서 알려 주면 더 편할 텐데. 과잉 친절과 고객 관리가 때론 불편할 때도 있다. 나에겐 그랬다. 책을 읽다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아이폰 특유의 음에 화들짝 놀라 전화를 받아서 더욱 불편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아침 오전 통화 때 예약 확인을 컨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오후 단잠을 깨운 전화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전화 통화 직원에게 더 이상 확인 전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늘 벌써 2번 받았다고. 애꿎은 통화 직원만 나무랐다. 성질을 낸 건 아니지만 그분 입장에선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을 듯싶다. 핸드폰을 무음이나 진동을 해 두었다가 아이 학교에서 급한 전화가 걸려 오거나 남편에게 걸려 오는 전화를 받지 못할 시 날벼락이 떨어 지기에 무음으로 돌리 지도 못하는 나의 처지가 있다. 여하튼 개인적 소견으로는 메시지가 더 편하다.
이틀이 지났고 결과를 알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렀다. 등교시간과 겹치는 시간이었다. 학교 앞에서 차가 한번 막히면 30분 이상은 차 안에 그대로 정차해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병원에 일찍 도착했다. 이전과 같은 절차를 거쳐 빨강 종이 팔찌를 차고 바로 3층 정형 외가로 향했다. 떨렸다. 통역이 필요하냐고 묻길래 뭐 그냥 됐다고 했다. 의사를 만났다.
의사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루마티스는 아니라고. 나이가 들고 있어서 그렇다고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주었다. 퇴행성 관절이 전반 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했다. 굳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골다 공증 검사를 해볼 수도 있다고 하셨다. 오전에 예약 없이 바로 가능하고 30분 정도 기다린 후 결과를 바로 알 수 있다고 하셨다. 필라테스 운동시간을 예약한 상태이고 급하지 않다고 말씀하셔서 다음에 하기로 했다. 우선은 가벼운 마음으로 진료 문을 나섰다. 진통제와 퇴행성 관절염을 증상을 늦출 수 있는 아보카도 오일과 콩가루를 합성한 어떤 약도 처방해 주셨다. 3개월치다. 식품과 비슷한 거라 오랫동안 꾸준히 섭취를 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처음에 퇴행성 관절염이 영어로 뭔지 몰라 다시 통역이 필요했다. 이번에 젊고 날씬한 미인 분이 들어오셨다. 그녀 역시 자원봉사 차원에서 오전만 일을 도와주신다고 했다. AIH에는 한국어 통역 자원봉사자 2분이나 계신다. 그분들의 넉넉한 마음 덕에 결과를 알고 차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 그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하다.
관절염 약을 타고 수납을 하는 동안 옆에서 계속 도와주셨다. 감사했다. 인사를 하고 나오는 길 뒤에서
" 결과 잘 보셨어요?" 하고 큰소리가 들렸다. 수녀님 이셨다.
순간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그분께 다가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류머티즘 관절은 아니라고 결과 나왔습니다. 어쩜 이렇게 좋은 일을 하세요. 존경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결과가 좋았던 나머지 방방 떠 있었나 보다.
정말 다행이다라는 안도 감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하루가 무엇인지 이 늦깎이 나이에 알아 가고 있는 요즘 중년이 이런 거구나 라고 동시에 공부하고 배워 가고 있다. 아직도 배울 것과 공부할 것이 많아 하루하루 삶이 꽉 채워져 있다.
맛있는 프렌치토스트를 아이 간식 겸 만들어 나도 한 접시 해치운후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최근에 생긴 나의 책상이다. 비록 거실 식탁 옆에 위치 해 있지만 포근한 이 장소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퇴행성 관절에 관해 공부를 좀 하고 몸을 위한 시간을 좀 가지려 한다.
감. 사. 합.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