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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고와디디 Sep 17. 2021

음치, 박치 보다 힘든 몸치의 첼로 배우기

첼로 입문기 <이 나이에 기어이 첼로를 하겠다고>

첫 수업을 받기로 한 날, 나를 학원에 등록시킨 그 친구가 학원에 데려다주겠다며 집 앞으로 왔다. (보아라, 이 눈부신 추진력!)

학원에 가서 학원 연습용 첼로를 처음 안았을 때의 기분이란. 뭐랄까... 오랜 세월 담 넘어 훔쳐만 보며 흠모해오던 님을 품에 안은 느낌이랄까. 악기가 크기도 하고 처음이라 어색할 줄 알았는데 품에 편안하게 쏙 들어왔다.

하지만 편안한 느낌은 딱 거기까지였다. 체로를 부둥켜안고 가만히 있을 때까지만.      


활을 현으로 긋는 건 고사하고 일단 활을 잡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 손가락에 힘을 주지 말고 엄지와 검지로 감싸듯이만 하라는데 내겐 정말 고난도였다. 그뿐인가 그와 동시에 왼쪽 손을 지판에서 옮겨가며 고래 심줄 같은(진짜 그런 느낌임.) 현을 정확한 위치에서 눌러줘야 했다. 피아노는 건반이 나뉘어 있기라도 하지 이번에 배우면서 처음 알았는데 현악기의 지판에는 음계 표시도, 눈금도 그 아무것도 없어서 내가 감으로 위치를 잡아서 눌러야 한다. 그래서 초보자들은 선생님이 지판에 테이프를 붙여 주신다. 나? 당연히 덕지덕지 붙였다. 그러나 큰 도움은 안 됐다. 지판을 볼 새가 없기 때문이었다.  

후배 중에 개인기로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가슴을 콩콩 두드리며 왼손 손바닥으로 가슴을 위아래로 쓸어 올리는 동작을 동시에 하는 친구가 있다. 이게 우스운 것 같아도 상당히 어렵다. 못하는 사람이 하면 바로 동네 바보 같아 보이는데, 첼로를 켜는 기본적인 동작이 내겐 이 개인기를 연상시켰다. 여기에 플러스, 악보까지 봐야 하는데 도가 어딘지 찾은 다음 하나하나 헤아리면서 음계를 찾아야 하는 나는, 악보를 읽는 데만도 하루 반나절이 걸렸으므로 왼손이 옳게 움직이고 있는지 확인할 정신도 없었다.


나는 마음이 급하고 잘하고 싶은 의욕이 클수록 심히 허둥거리며 엉기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첼로에서 아주 해괴한 소리가 났다. 활을 켤 때마다 들리는 소리는 20여 년간 소중하게 키워온 나의 꿈나무에 톱질을 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첼로)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어떤 날은 ‘(진짜 할 거야?) 이래도? 이래도? 이래도?’     


역시! 악기를 사지 않고 시작하길 정말 잘했어.

그러니까 재즈댄스를, 스쿼시를, 피아노를, 테니스를 (많이도 했다.) 그만두었듯이 언제든 그만둬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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