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입문기 <이 나이에 기어이 첼로를 하겠다고>
첫 수업 날, 학원에 가서 학원 연습용 첼로를 처음 안았을 때의 기분이란. 뭐랄까...
오랜 세월 담 넘어 훔쳐만 보며 흠모해 오던 님을 품에 안은 느낌이랄까. 악기가 크기도 하고 처음이라 어색할 줄 알았는데 품에 편안하게 쏙 들어왔다.
하지만 편안한 느낌은 딱 거기까지였다. 체로를 부둥켜안고 가-만히 있을 때까지만.
나는 원래 몸을 쓰는 모든 것에 약하다. (운동 신경에 대해서 엮자면 그것만으로도 책 한 권 분량을 뽑을 자신이 있을 정도.) 그런데 악기 연주가 몸을 많이 쓰는 활동이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모든 현악기가 비슷하겠지만 첼로는 두 팔, 두 손을 왕성하게, 그리고 정교하게 쓰는 활동이었다.
알아주는 몸치인 나는 활을 현으로 긋는 건 고사하고 일단 활을 잡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 손가락에 힘을 주지 말고 엄지와 검지로 감싸듯이만 하라는데 그런 식으론 그 긴 활을 지탱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뿐인가? 그와 동시에 왼쪽 손을 지판에서 옮겨가며 고래 심줄 같은(진짜 그런 느낌임.) 현을 정확한 위치에서 눌러줘야 했다. 피아노는 건반이 구분이라도 되어있지. 이번에 배우면서 처음 알았는데 현악기의 지판에는 음계 표시도, 눈금도, 그 아무것도 없어서 연주자가 손가락을 벌린 간격을 기준 삼아 감으로 위치를 잡아 눌러야 한다. 그래서 초보자들은 선생님이 지판에 테이프를 붙여 주신다. 나? 당연히 덕지덕지 붙였다. 그러나 별 도움은 안 됐다. 지판을 볼 정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후배 중에 개인기로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가슴을 콩콩 두드리며 왼손 손바닥으로 가슴을 위아래로 쓸어 올리는 동작을 동시에 하는 친구가 있다. 이게 우스운 것 같아도 상당히 어렵다. 못하는 사람이 하면 바로 동네 바보 같아 보이는데, 첼로를 켜는 기본적인 동작이 내겐 이 개인기를 연상시켰다. 거기다 악보까지 읽어야 했다. 내가 악보를 읽는 방법은 일단 도의 위치를 찾은 다음, 속으로 '도, 레, 미, 파, 솔'을 읊으며 한 줄 한 줄 헤아려 그 음계가 무엇인지 찾는 식이었기에, 악보를 읽는 데만 하루 반나절이 걸렸다.
나는 마음이 급하고 잘하고 싶은 의욕이 클수록 심히 허둥거리며 엉기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첼로에서 아주 해괴한 소리가 났다. 활을 켤 때마다 들리는 소리는 20여 년간 소중하게 키워온 나의 꿈나무에 톱질을 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첼로)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어떤 날은 ‘(진짜 할 거야?) 이래도? 이래도? 이래도?’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초기 자본을 들이지 않아 포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 악기를 사지 않고 시작하길 정말 잘했어.
그러니까 재즈댄스를, 스쿼시를, 피아노를, 테니스를 (많이도 했다.) 그만두었듯이 언제든 그만둬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