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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씨 Apr 18. 2023

내가 나를 구해주기

불안에 잡아먹히지 않는 방법

그럴 때가 있다 한 치 앞의 내일도 알 수 없고 오늘 하루가 버거운 날. 그 와중에 삼형제의 조잘거리는 소리마저 부담으로 느껴지는 날.

너무너무 막막해서 시커먼 암흑 속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날. 뭐가 힘든 건지, 어려운지 조차도 분간이 안 되는 까만 곳에 나 혼자 떨어져 버린 것 같은 날. 문득 요즘의 나는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아픈지, 어려운지, 막막한지 내가 스스로 뭔가 분간을 하고 있는 건지 고민하게 되는 날.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오롯이 혼자 삼형제의 보호자가 나 한 명이 되었던 날 처음으로 겁이 났다. 내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만약 내가 번듯하게 못살아낸다면 만약 그것이 흠이 되어 아이들을 빼앗기면 어쩌지? 화내고 혼내는 엄마는 싫다고 삼형제가 나와 사는 것을 거부하면 어쩌지? 이대로 난 아무것도 못한 채로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 거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고 나서야 지쳐 잠이 들곤 했다. 그런 상태로 2년 정도를 나를 몰아치며 살았던 것 같다. 알바를 몇 개씩하고 부업을 알아보고 되지도 않는 공부를 해보고 자격증을 땄다. 도대체 잠은 언제 자느냐는 지인들 물음에 <그깟 잠 죽어서 관짝에서나 자려구>라는 농담으로 웃어 넘기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밤에는 청소라도 해 몸을 움직이며 불안을 지워냈다.


내가 나를 잡아채며 정신없이 지내다, 이렇게 죽지 못해 바둥대고 버거워하는 내가 사실은 <너무 잘 살고 싶어서 이렇게 스스로를 몰아세우는구나>라고 느꼈던 밤이 되어서야 나에게 휴식을 줄 수 있었다. 일을 줄이고, 스토어를 그만두고, 하던 공부를 내려놨다. 잠을 늘리고 싶었는데 오히려 잠이 오질 않아 병원에도 다녔다.

대충 먹던 끼니를 예쁘게 차려먹고, 운동을 시작하고 산책도 다녔다. 다시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많이 힘들었던 나를 내가 위로했다. 잘하고 있다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할 거라고. 나보다 더 삼형제를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불안하지 말자고.

왜 힘든지, 어떤 게 어려운지 원 없이 고민했다. 울고 싶을 땐 맘껏 엉엉 울고, 웃고 싶을 땐 맘껏 낄낄거렸다. 멀리했던 술도 마시고 친구들도 만나서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무서웠던 우울함을 와락 끌어안아 저기 바닥까지 떨어져도 보고 기를 쓰고 기어올라도 봤다. 그렇게 내가 나를 스스로 구했다. 

내가 구해지고 나니 엉망진창이던 집과 아슬아슬한 삼형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 말고 다른 것들을 구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동했다.

 

이후로 마음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면 스스로를 다독인다. 지금의 힘듦이 마지막이 아닐 테니 이렇게 어려워 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 무너지고 포기하면 다음은 없을 테니 씩씩하게 어디로든 가면 된다고, 정답은 아닐지언정 그것이 오답은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인생에 오답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콱 막혔던 숨통이 트인다. 또 한 번 씩씩해질 용기가 나는 것도 같다. 나는 매일매일 나를 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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