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와 故황현산의 밤
내 삶은 가난하고 힘겨웠지만, 달리 보일 때도 있고, 어떨 때는 풍족하고 즐거웠던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삶은 찰나의 섬광이 어둠의 세월을 지우고 정당화할 수 있게 가끔 번개라도 쳐야 겨우 견딜 수 있는 어둡고 슬픈 밤과 같다. 14p 『밤의 사색』
화요일에 할 일을 목요일로 미루는 일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사람이 나는 불쌍하다.
그렇게 하면 수요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그는 아직 알지 못한다. P.126 『밤의 사색』
기억만이 현재의 폭을 두껍게 만들어준다. 어떤 사람에게 현재는 눈앞의 보자기만 한 시간이겠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연쇄살인의 그 참혹함이, 유신시대의 압제가, 한국동란의 비극이, 식민지 시대의 몸부림이, 제 양심과 희망 때문에 고통당했던 모든 사람의 이력이, 모두 현재에 속한다. 미학적이건 사회적이건 일체의 감수성과 통찰력은 한 인간이 지닌 현재의 폭이 얼마나 넓은 가에 의해 가름된다.
『밤이 선생이다』 2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