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운탁월(烘雲托月)

단상의 아포리즘 2

by 고봉진

아류의 한숨

대단했던 옛 사람을 보노라면

주눅이 든다.


내 인생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걱정이 된다.


그냥 아류라도

마음이 편치 않다.


오십보 백보 잰걸음만 반복하면서도

언제 한 번 큰 걸음 걸어볼까

헛된 생각만 가득하다.




자신감


요즘 들어 자신감이 떨어지네요.

이제 철이 좀 들었나 봅니다.


지금 보다 어릴 때는

자신감이 충만했는데 ...

이제 약간 철이 들었나 봅니다.


근데 의욕도 함께 떨어지니 걱정입니다.

선택과 집중이 절실해 보이네요.



Audrey 커피


모닝 커피 한 잔이 주는 기쁨이 크다.

내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한 가지다.


매일 UCSD Geisel 도서관에 와서

도서관 내 Audrey's 커피점으로 직행한다.


봄방학(Spring Break)이어서

Audrey’s 커피점이 닫았다.

아쉬움을 스타벅스 커피로 달랬다.


Audrey’s 이름이

영화배우 Audrey일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Geisel 아내 이름이다.




한국과 미국 비교


미국에 1년 있으니

계속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게 된다.


이것은 한국이 좋고,

이것은 미국이 좋고 ...


1년 있어보니

한국이 더 좋다.


1년 더 살아보면

글쎄 모르겠다.


계속 살고 있는 분에게 물어보니

미국이 좋다고 한다.


우물을 벗어난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이 좋다.

가끔 우물을 나와 보고 싶을 뿐이다.


그래도 다시 우물로 들어갈 때가 가까우니

이곳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단어의 역사


낱말 하나의 일생과 그 모험을 얘기한다면,

얼마나 훌륭한 책을 쓸 수 있겠는가? (에드워드 W. 사이드)


단어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고,

그럴 수 있는 단어가 많으면

학자가 될 수 있을까?


인간존엄, 인권, 권리, 법 등

수많은 단어가 있다.

나는 어떤 단어를 평생 추적할 것인가?


하나라도 제대로 알아야겠네요.




시간의 화살


미국 연수 400일이 지났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나간 시간이 ‘쏜 살’같다.

시간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이러다가 내 죽음의 순간도 오겠지.

후회 없이 살아야지.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조지 버나드 쇼의 묘지명)

‘I knew if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실명(實名) 살이


허명(虛名)이 실명(實名)을 능가하는 사람은

단명(短命)한다는 말이 있다.


‘가끔’ 실속 없는 것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내가 나를 아는데 ...

어린 아이도 나보다 낫다.


살면 살수록

삶이 무겁다.

가벼워지고 싶다.


가면(persona)을 벗고 싶지만

민낯은 여전히 부끄럽다.

드러낼 때도 잘 드러내야 한다.


내세울 허명(虛名)도 변변치 않으니

오히려 다행이다.

근데 왜 이리 허명을 추구하는지 ...




NEVER GIVE UP!


재활용 쓰레기 수거용으로 산

비닐 가방에 이렇게 써 있네요.


Why not see what happens

when you NEVER GIVE UP?


중요한 진리는

쓰레기 더미에서도 피어납니다.




사서재


이제 곧 내 첫 에세이집 ‘사서재(四書齋)’가 출판된다.


이제껏 쓴 책 6권이 출판된 때는

(대부분이 수업 교재로 쓴 것임에도)

정말 기뻤는데


이번 에세이집은

부담 백배다.


내 삶과 관련된 내용이어서,

괜한 말풍년을 이뤘다는 부담이 크다.

‘첫’ 에세이를 썼다는 기쁨보다

‘첫’ 에세이를 썼다는 부담이 크다.


책 출판을 앞두고 이런 느낌도 처음이다.




지난 일기장에서


지난 일기장을 들추다 보면

마음이 동할 때가 있다.


그때는 내가 이런 감정에 있었고

이런 생각을 했었지 ...

지금은 ...


그때는 참 힘들었네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감사해야겠는걸 ...


오늘도 작년 일기장을 꺼내 읽었다.

작년 7월말 일기에서

삶에 대한 만족,

연구에 대한 포부가 느껴졌다.

지금으로서는 꽤 낯선 느낌이다.


생활 속에서, 연구 속에서

내 마음이 진심 동하길

손모아 기도한다.




마음 둘 곳


말은 풍년을 이루는데,

행동은 흉년이네요.


발은 현실을 딛고 있는데,

눈은 높은 곳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마음 둘 곳이 필요합니다.

말과 행동,

발과 눈이 일치하는




글의 의미


나름 글을 잘 썼다고 생각되어도

나중에 돌아서서 읽어보면

달리 읽히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글이 생각을 다 못 담아 내는 것일까요?

아니면 세상사에 모순이 존재해 그런 것일까요?


그 경계선 상에서 고민합니다.

이 글을 써도 괜찮을지 ...

난 이런 생각으로 썼는데

상대방은 반대되는 뜻으로 이해하지 않을지 ...


글에 신중해야 하지만,

너무 신중해서는 못 쓸 것 같네요.




치리모야(chirimoya)


몇 달 전 남미여행 때 페루에서

가이드 선생님의 소개로

‘치리모야’라는 과일을 맛봤다.


가이드 선생님이 알려주는

이름 외우는 방법은 간단했다.

“7이 뭐야?”


여행을 끝내고 출출할 때

한입 먹어서인지

아주 맛있었다.

우리 여행 그룹 모든 분들이 그랬다.

“이게 뭐지?”


여행이 주는 작은 기쁨이다.

모르는 것은 하나 알아가는 ...


인터넷을 살펴보니

두리안, 망고스틴과 함께 세계 3대 과일이란다.

남미 안데스 산맥이 주산지다.

(세계 기행 프로그램에서) 7개의 단맛이 난다고 소개되는 걸 본 적이 있다.

솔방울처럼 생겼다.




푸르름


며칠 전 여행을 다녀왔는데

요세미티와 몬터레이를 갔습니다.


요세미티와 몬터레이도 아주 좋았지만,

그 사이 푸른 초원과 푸른 산이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예전에 갔었던 스탠퍼드 느낌이 떠오릅니다.

hoover tower에서 내려본

스탠퍼드 대학 전경이

그토록 푸르렀습니다.


한 번 다녀올 만 하더군요.

남쪽 사막 기후 지형에서 경험한 황량함과는

다른 차원의 푸르름입니다.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겠지만

푸르름이 황량함보다 훨씬 낫더군요.


20대는 빨간색이 좋았는데,

지금은 초록색을 좋아합니다.



책 한 권이 그립다


주말에 읽을꺼리가 없다

시간은 있는데

이 시간을 채울만한 도구가 없다.

글도 잘 안 써지고


이럴 때 한국이면

서점에 가서 읽을 책 한 권

사오면 그만인데


편하게 재미있게

시간 보낼

책 한 권이 그립다.




고통


고통 앞에서

삶을 돌아보게 된다.


고통 안에서

진지하게 겸손하게

두 손을 모으게 된다.




염치 없는 삶


‘택배기사는 1분도 쉬지 못했다.’


이런 기사에

제 삶이 부끄러워집니다.


부끄럽습니다.

정말!

전 너무 염치 없는 삶을 살고 있네요.




차고 혁명


미국에 있어보니

‘차고 혁명’이라는 용어가

가슴에 와닿는다.

미국 집에는 차고가 있는 집이 많다.

우리가 거주하는 집도 차고가 밑층에 바로 있다.


사무실을 임대하기 힘든 start up 사람들은

차고를 사무실로 삼아

궁리하고 연구한다.


내 혁명은 어디서 시작해야 하나?.

우리 집 차고처럼

분명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하브루타


‘하브루타’란 명칭은 유대어 ‘하베르(친구)’에서 파생되었다.

유대인의 교육법인 하브루타는

파트너와 함께 하는 교육(연구)이다.


세상에 정답이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함께 대화하며 소통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보완해 나간다.


교육과 연구에

하브루타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홍운탁월


홍운탁월(烘雲托月) ...

달을 그리지 않고 구름으로 물들여

달을 드러내는 동양화의 기법이다.


인생도 이런 멋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작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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