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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모솔새 Aug 27. 2021

길 위의 동물들은 어디로 가는가

면사무소의 동물 관련 업무

 ※동물의 죽음과 사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원치 않으시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길 위의 동물들은 어디서 왔든지 간에 항상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방공무원은 그들의 운명이 정해지면 지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다. 때로 그 운명이 담당자에 따라 갈리는 경우도 있지만, 드문 일이다.


길에 버려지는 유기동물은 개가 대부분이고 다른 동물은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다. 개가 유기되면 늦든 이르든 포획신고가 들어온다. 나는 신고를 받아 축산과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 축산과에는 유기동물 담당 인력이 따로 있어서 면사무소로 신고가 들어오면 담당자가 출동하게 된다.


포획 담당이라고 해서 특별한 장비가 있는 건 아니다. 중형견 한 마리가 들어가면 꽉 찰 크기의 포획틀, 그물 그리고 담당자 주머니에 상비된 소시지 몇 개. 처음엔 대체 저런 장비로 잡히긴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개체마다 성격이 달라서 잡히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최후의 수단은 구급대에 협조 요청을 해 마취총으로 포획하는 것이지만 썩 유쾌한 방법은 아니다.


면사무소 주변에는 유기동물이 종종 나타난다. 사람이 그리워서인지 먹이가 필요해서인지는 모를 일이다. 때가 되면 면사무소 앞에 나타나는 흰 개가 있었는데, 크기가 꽤 커서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드나드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했음은 물론이다. 축산과에 연락해 담당자가 방문했지만 개가 도망가 버려, 포획틀만 설치하고 갔다. 그 후 며칠 동안 포획틀 안의 먹이와 물을 바꿔주며 개를 기다렸다. 포획된 개들의 운명을 알기에 잡힌다 하더라도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차라리 영영 보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없는 개를 잡을 순 없으니까. 그 개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고양이의 경우, 본디 길 위에서 태어났는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는 개보다 형편이 낫다고도 할 수 있다. 단지 낯선 고양이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신고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신 그 숫자가 늘어나면 민원이 들어올 수 있다. 우리 지자체에서도 고양이에 대한 중성화 수술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업량이 많지 않다.


고양이들은 계속 새끼를 낳고, 포획되지 않은 개들은 들개가 되어 무리를 이룬다. 이렇게 늘어난 동물들은 보호소로 가지 않는다면 주로 길 위에서 죽음을 맞는다. 숲 속이나 빈 집구석에서가 아닌 길 위에서의 죽음은 우리 눈에 쉽게 목격된다.


동물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그 생활폐기물 말이다.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담당부서가 달라지게 된다. 살아있는 동물은 축산과로, 죽은 동물은 환경과로. 유기동물의 경우 축산과에 연락하면 담당자가 출동하지만, 죽은 동물의 경우 면사무소에서 일단 처리를 해야 한다는 점도 다르다. 이 때문에 때로 비정한 사태가 벌어진다. 회생이 불가능한 부상을 입은 동물에 대한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다. 원칙적으로는 축산과 업무가 맞겠지만 살아날 가망이 없다면?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부상이 커서 처치를 하더라도 살아남기 힘들고, 주인 없는 길고양이라서, 버려진 강아지라서, 유해조수로 지정된 고라니라서 돈을 내 줄 사람도 처치를 해 줄 수의사도 없어서 어쩔 수 없다.'라고 애써 되뇌지만 이런 상황이 막상 닥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면 돌을 얹은 듯 답답하다.


'완전히 죽은' 상태라 해도 쉽지 않다. 당연하다. 누군들 동물의 사체를 보고 옮기는 일이 기꺼울까. 면의 환경담당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이 맡고는 한다. 그래서 면의 환경정비를 하시는 공공근로 직원이 도와주시거나 하는 일도 있지만, 사실은 환경 담당이 해야 하는 업무다.


첫 발령지에서의 일이다. 동기 언니가 환경 담당으로 있었는데 면사무소 앞 도로에서 고라니가 차에 치여 죽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정확한 사정은 듣지 못해 모르지만, 환경과에 문의하니 '일단 종량제 봉투에 넣으라', 고 했다고 한다.


그 언니는 제일 큰 종량제 봉투를 들고 같은 팀 선배 직원과 함께 고라니를 수거하러 갔다. 그러고 나서는 아마 바로 트럭에 실어 폐기물 처리장으로 갔던 모양이다. 돌아온 그녀로부터 듣자 하니, 다리가 자꾸 삐져나왔다고, 그래서 넣기가 힘들었다 했다. 아직 따뜻했었다고도 했다. 갓 치여서 형태가 비교적 온전했던 것이 다행일까. 나는 지금도 그 일을 떠올리면 100L 종량제 봉투에 들어있는 고라니를 본 것만 같다.


결국 죽게 될 운명이라면 더 나은 죽음이 있을 텐데. 비닐에 싸여 흙 속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그런 죽음 말고, 지자체 홈페이지의 유기동물 공고로만 남는 그런 죽음 말고. 운전을 하다가 도로 위에 동물의 형체가 보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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