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바다 Sep 28. 2024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은

슬픈 연극이 끝난 후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창 밖으로 태양과 달이 교차한다.

옆자리엔 한국인 중년 여성이 타고 있는데  

N보다 20살은 더 많아 보였고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가 유달리 고급스러웠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가끔 들을 수 있었던 목소리 또한 기품이 있었다.

그녀는 가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기도 했는데

새어 나오는 소리가 작아도 어떤 음악을 듣는지는 알 수 있었다.


"~~  연극이 끝나고 난 뒤 ~ 혼자서 객석에 앉아 ~~ "


N이 들어본 적 있는 곡이었다.


흐릿하게 새어 나오는 음악에 기대어 N은 창밖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들을 바라본다.


'차라리 말이야.

이 모든 게.. 연극 같은 한 바탕 꿈이라면 어떨까?

긴 꿈에서 깨어나면 언제가 좋을까? 그래 17살.

학교 교실 책상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단잠에 빠졌다가 벌떡 깨어나는 거야.

와.. 정말 진짜같이 긴 꿈이었어...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인생에 지옥 따위 겪어본 적 없는 듯 다정함만이 흘러넘치는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기고... 그렇게 지글지글 내가 좋아하는 된장찌개와 달걀프라이로

맛있는 저녁을 먹은 뒤에 깨끗하고 예쁘게 꾸며진 내 방에 들어가 가방을 던져놓고  

푹신한 침대에 뛰어들어.. 그리고 나중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될지 내가 좋아하는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상상의 나래에 빠지는 거야... 그렇게 잠이 들고  

내일은 얼굴만 봐도 신나는 가장 친한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갈 생각에 설레어해..

그렇게 쏜살같이 어른이 되면 나는 아름답고 재능이 있는 여자가 되겠지.

어느 날 멋지고 다정하지만 오직 나만 바라보는 짝만나서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는 거야...

그리고 그 사랑이 오래오래 이어져서 우린 영원히 서로만을 사랑하자 약속하고...

예쁜 우리의 집에서 맛있는 걸 해 먹고..

주말엔 같이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나는 거야..

나는 잠옷을 입고 그를 위해 맛있는 요리를 준비할 거야.

그리곤 오후가 되면 함께 손을 잡고 맑고 푸른 숲길을 천천히 걷다가 저녁엔 동네 극장에

감동적인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해..

그렇게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만 살아가는.. 

그런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  천국에 가기 위해 죽기로 선택한 그가 떠올라.

그도 그저 이런 마음이었을까?'


그런저런 상념에 빠지다 다시 잠에 들었다를 몇 번 반복했다.

수많은 중첩된 세계 속에 얽혀버린 그와의 인연에 관해

파고드는 혼자만의 해답 없는 추리는 완전히 내려놓았다.

 

기내에 파는 맥주 한 캔을 구입해서 벌컥벌컥 마시고 나니  

정신이 알딸딸하며 기분이 좀 풀린 듯 온몸이 나른해졌다.


비행기가 한국 땅 위에 우렁찬 소리를 내며 착륙한다.


N을 감싸는 주변의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


28인치 대형 캐리어와 터져나갈 듯한 배낭을 메고

도저히 지하철을 탈 엄두가 안 났다.

비싸더라도 택시를 타기로 한다.

줄지어 늘어서 손님을 기다리는 인천 공항의 택시 탑승라인에 선다.

N의 앞으로 자연스레 멈추는 택시.

달칵. 하고 차 문을 열렸지만

어찌된게 한가득 들고 선 짐가방을 보고도 택시기사는 어쩐지 차에서 내려 도와주진 않았다.

트렁크에 낑낑거리며 가방을 싣고 뒷좌석에 탄다.


"기사님 ~ 그...  그... "


N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어디로 가야 하지?'


학교는 휴학계를 냈다.

기숙사에 있는 짐은 진작에 부산의 본가로 보냈다.

하지만 고향에 내려갈 생각은 없었다.

완전히 무계획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이 왔지?'


그때

택시 기사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여행은 즐거웠나?"



고개를 살짝 돌린 그의 날카롭고 각진 턱선이 보인다.

검은 갓을 쓴 채 더는 만날 일이 없기를 바랐던

N의 구원자이자 심판관.

마음 한편 쌓아놓고선

그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어 조용히 덮어둔

순진한 어린 소녀의 질문으로 창조된 것 같은 존재.

오래된 보물상자에 숨겨둔 짙은 그리움으로 천 번은 더 상상해던 그 존재.


N

"달빛도사...?"


도사

".... 이제 내가 반갑지 않아?"



달빛도사는 뒤에서 빵빵 거리는 다른 택시들의 독촉 소리에

액셀을 밟는다.


"출발할게."


N은  뒷좌석에 앉아 택시를 몰고 가는 달빛 도사의 뒷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백미러엔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오직 N의 눈에만 보이며 이 세상의 어떤 물질이 비춰주지 않는 존재.


택시 안에선 한동안 정적만이 흘렀다.

도사는 어디를 가는지 말해주지 않았고

N도 어디를 가냐고 묻지 않았다.


서울 어딘가로 가야겠다는 흐릿한 방향성뿐.

어차피 방을 구하지도 않았기에 당장 찾아갈 곳도 없었고

만날 사람도 없었다.

당장 해야 할 일도 없었다.

그저 한국에 돌아가면... 영화 공부를 좀 더 해야겠지.

그리고 먹고살아야 하니 뭐라도 일을 구해야겠다고만 생각했다.

 

운명을 맡긴 채, 놓아버린 채

달빛도사가 이끄는 대로 멀리멀리 어딘가로 몸을 실어갔다.  

모든 것을 알고 있을 달빛도사에게 어떤 설명도 다그침도 질문도 할 마음은 없었다.

자신의 소원 따위 운명 따위 꼬여버린 세계의 중첩 따위보다

우리의 인연은 어디까지 인지.. 그것 하나만이 궁금할 뿐이었다.  


N은 지쳐있었다.  

달빛도사는 그것조차 알고 있었을 것이다.


도사

"오래갈 거야.  눈 좀 붙여."


N,

".... 그러죠.."


-


몇 시간이 흘렀을까

달리는 택시의 창 밖으로 푸르른 시골길이 펼쳐졌다.

100년은 더 된 것 같은 가로수 나무들이 길가에 주르륵 늘어서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지고 정신이 맑아졌다.

번잡한 도시의 파도에 휩쓸려 또다시 살아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녹음이 짙은 어딘가를 달리고 있으니 삶이란 참 예측불가능이란

생각을 하면서 N은 왠지 몸도 마음도 점차 생기로 차올라 컨디션이 살아남을 느꼈다.


"어디 가요? 배고픈데 밥이나 먹죠.."


도사

"기분이 좀 나아졌나? 너 잠들어 있는 동안 생기를 좀 넣어주었다.

좋은 향기 못 맡았나?"


그러고 보니 잠결에 은은한 향기를 맡긴 했다.

익숙하고 아련한- 참으로 매혹적이게 달콤한 그 향기.

금목서였다.



"그런데 어디 가는 거예요? 시골 같은데... "



도사

"합천이다. 거의 다 왔군."



그렇게 도착한 곳은

교과서에서도 본 적이 있고 사진으로도 봤던 곳.

경치도 좋고 고즈넉하고 유명한 합천의 사찰.

입구의 한자로 쓰여진 현판을 읽을 수 있었다.

해인사.


"아.. 여긴 사찰... 해인사.. 맞죠?"


도사

"그래"


도사를 따라 해인사 경내로 들어가는 N.


도사가 N을 데리고 간 곳은 팔만대장경 앞이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기에 일반인들은 팔만대장경판을 가까이서 보거나 만질 수는 없다.

나무 문으로 굳게 닫아걸어져 있지만

어느새 도사와 N은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팔만대장경판의 나무 책장들 사이에 들어가 있었다.


"아니!...  어떻게 여기 들어와 있어요? 걸리면... "



도사, 피식 웃으며

"그럴 리가. 나한테 불가능이 있겠냐."


왠지 예전의 달빛 도사를 다시 만난 기분이 들었다.

"아.. 네... 그러시겠죠"


도사,

"이 대장경판에 새겨진 글자들이 다 무엇인지 아느냐?"



N

"그건.. 음... 국사시간에 배우기로는..

고려시대 때 백성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부처님에게 빌면서 그 말씀들을 일일이 나무에 새긴..

그런 거라고.."



도사,

"그래 그런 거지. 그 내용 말이야."



N,

"내용이 뭔데요?"



도사,

"가늠할 수 조차 없이 많은 세계 속에 인간들 사이의 꼬인 인연들과 그 속에 지은 모든 덕과 업에 관한 세밀한 기록들이다. 그것을 알려주고 가르치는 부처의 가르침과 중생들의 간절한 마음. 이 세계의 법칙 혹은 순리.

부처를 따르는 승려들의 계율.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세계가 중첩되고 선연과 악연이 겹치면서 생기는

모든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지."



N

"반야심경 같은 게 써져 있다고는 들었는데... 심오하네요."



도사,

"이곳에 너의 이야기가 있다."



N

"네? "



도사,

"너뿐만 아니다.

모든 이 세계를 살아가는 생명들의 길고 긴 생의 이야기들이... 이곳에 담겨있지."



N,

"그래요..? 대단하네요.

실은 이 내용을 배울 때.. 조금은 그랬어요.

적군이 침입하면.. 돈을 벌고, 무기를 만들고, 총칼을 들고 누군가를 죽이는 기술을 마련해서

스스로를 지키는 게 우선이지 않나.. 당장 이런 부처의 말씀과 모든 규율 그 모든 이야기를

새기며 천지에 빌고 비는 게... 정말 효율적인 일인가. 의문이었죠.

그런데.. 역사가 말해주듯.. 믿을 수 없고 비효율적인 기적들은 숱하게 인간들 앞에

발현되었어요.

그 모든 간절한 당시 사람들의 바람이 정말 어떤 거대한 기운이 되어 이 나라를 지킨 걸까요."


도사,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향해 무언가를 쉼 없이 빌며 살아간다.

어떤 것도 믿지 않는다고, 어떤 신도 찾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조차

사실은 그 자신을 믿는 것이야.

인간은 무언가를 믿기에 존재할 수 있고 그것이 존재의 목적일 수도 있다.

그 자신조차 어느 세계에서 내려온 신이기 때문이지."



N,

"혹시... 언어유희 같은 건가... 그러네요. 자신도 신이네요.

그렇다면 다른 신에게 뭔가를 빌며 살아갈 필요가 없는 건가요?

자신이 신이라면 자기 자신을 믿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도 그렇고.. 사람은 항상 뭔가를 바라죠. 바라고 기대하고 또 바라죠.

죽는 순간까지 말이에요. 왜 그렇게 뭔가를 바라며 살아야만 할까요.

제가 어린 시절.. 그 꽃나무에서 나타난 도사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런 상상을 해봤어요.

그렇다면 저는.. 그 모든 위기의 순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느끼고

처절하고 무기력하게 절망하며 무엇하나 바뀌지 않은 채.. 모든 어린 시절부터 쌓여 왔을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병이 들고 성인이 되어선 악연을 만나 끔찍한 일을 당하며..

그렇게 나이가 들고 이 파란만장한 팔자의 이번 생에 기적만을 바라며

불행 속을 걷고 있었겠죠.

그러니까 도사님.

당신은.. 나의 구원자예요.

그런데... 왜 하필 나였어요?

내가 지금 당신에게 궁금한 건 오직 그것뿐이에요."


해인사를 찾아온 어떤 백인 외국인 부부가 사찰을 걷다가

팔만대장경판 입구에 멈춰서 안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달빛 도사와 N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담담히 쏟아내는 N의 고백 같은 이야기에

도사는 잠시 고개를 떨구었다가

이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N의 마음에선 템즈강 차가운 물속에서 시퍼런 얼굴로 눈을 감고 있던

달빛 도사의 얼굴이 데자뷔처럼 떠올랐다.



도사

"수많은 세계가 중첩되너 수많은 가능성으로 무한히 뻗어나간다.

하지만 그 모든 세계로 들어가 운명을 바꾼다 해도

이미 어떤 세계에서 벌어진 일을 돌이킬 수는 없는 것이다.

바꾸었다고 믿은 그 세계는 또한 새로운 가능성으로 만들어진 세계인 것이지.

너도 지금쯤 짐작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늘은 인간이 뜻하고 원하는 그대로 세계를 창조해 줄 뿐이지..

그러니 그 모든 불행이니 슬픔이니 절망은 인간의 선택으로 인해

창조되어 온 것이다.

이곳에 그 모든 것들이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반드시 기록되어 있어야 하지..

그래야.. 그 모든 돌이킬 수 없이 엮여버린 모든 악연과 선연의 인연을

언젠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꼬인 실타래를 푸는 법은 잘라버리는 것이지만 이 세계는 그럴 수가 없다.

그 말인즉... 인연은 반드시 돌고 돌아 다시 만나며.

저 세계의 타인이 다음 세계에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너와 나, 이것과 저것이라는 구분은

이 거대한 세계 속에서 가장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이다."



N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당신 같은 존재이기에..

이 어려운 이야기를 이렇게 쉽게 내뱉는 거겠죠...

하지만 나는 그런 거창한 진실을 알고 싶은 게 아니에요. "


도사

"N아.."


N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르는 달빛 도사의 목소리가

심장이 간질거리듯 다정하게 들려왔다.


N

"너무 많은 얘기를 들어서... 피곤해요.

그 얘길 해주려고 여기까지 온건가요?

할 얘기 끝났으면 우리 다시 서울로 돌아가요."


그런데

N의 시선 앞에 똑바로 서있는 달빛도사의 발이 안개처럼 뿌옇게 흐려지더니

점점 사라졌다.


검은 당화 같은 신발을 신고 있던 도사의 발은 스르르 사라지더니

점점 그의 다리가 사라지고.. 몸이 투명한 안개처럼 허공에 흩어져갔다.

낙화하는 금목서 꽃잎들이 그 자리에 우수수 떨어졌다.


"도사님!!  뭐예요!!  몸이 점점 사라지잖아요!"


그 순간 목격한 달빛 도사의 눈빛은

지금껏 N을 바라보던 무심하고 초월적이며 속을 알 수 없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N이 오랫동안 품고 있던 눈빛이었다.

처연하고 지독한 그리움이었다.  


"뭐라고 말 좀 해봐요! 도사님! 왜 몸이 사라지냐고!

 어디를 가는 건지! 죽는 건지! 지금 뭐 하는 건지 말은 해줘야 할거 아니에요!!"  


N은 그에게 달려가

그마저 점점 흐려지는 달빛도사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그는 마치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는 듯 그 깊은 그리움을

눈으로 쏟아내며 입가엔 옅은 미소를 보이려 했다.


"가지 마요!! 내 앞에서 이렇게 사라지지 마요!! 제발...!"


점점 차오르는 안개와 함께

도사의 얼굴과 머리의 갓 마저 허공에 흩어진다.

"N... 이제 돌아가...

너의 운명이 이끄는 대로 걸어라..

부디 모든 것을 잊고 편안하길.."


모든 것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바람이 한차례 휘몰라 쳤다.

그의 양 볼에 닿았던 N의 손이 힘없이 미끄러진다.

그의 눈에서 흐른 한 줄기 눈물의 온기만이 N의 손가락 끝에 머물렀다.


도사가 사라지고 바닥에 흩날린 금목서 꽃잎들이

바람결에 날리더니 팔만대장경의 어느 목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으흑... 흑....  가지 마... 돌아와.... 제발 돌아와요.."


N은 바닥에 주저앉아 온몸을 땅에 엎드려 흐느꼈다.

한 치 앞도 예상하고 싶지 않았던 이별의 절망이 영원처럼 아득했다.


"이렇게 사라질 거였으면... 그때... 내 앞에 나타나질 말았어야지!

아냐... 다 내 잘못이야...  그딴 이기적인 소원 따위... 바라지 말걸 그랬어...

그 작은 병아리가 귀엽다고 그 지옥 같은 집에 함부로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어...

그 향기가 좋다고 그 꽃들을 다 꺾어버리지 말았어야 했어..

당신 같은 존재 따위 귀신이고 괴물이라고... 도망칠걸.. 다 꿈이고 환상이라고... 외면해야 했어...

으허엉...  이럴 거면...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어...

그 모든 지옥 같은 순간마다 당신이 나타나길..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어...

이제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게... 바라지 않을게요.... 그러니 제발... 제발...

하늘의 신이 있다면 부처님 하나님마리아 님.. 어떤 신이라도 있다면 제발..

그 사람 하나만...  다시 만나게 해 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이렇게 빌어요. 이렇게... 빕니다.. "



-



적막이 켜켜이 쌓여갔다.

하늘은 어둠이 깔렸다.

흙바닥 위의 모래알조차 풀 속에 기어 다닐 개미 한 마리 조차

숨을 죽인듯한 공기였다.


N은 그 땅바닥에 엎드려 이번 생애 쏟을 수 있는

모든 눈물을 다 쏟은 듯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가늠할 수 없이

공기가 싸늘해졌다.

정신이 들었을 땐 그저 침묵같이 N의 곁에 존재했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 모든 간절했던 소원들보다

그보다 가장 중요했던 것.

그는 이제 만날 수 없다.

길었던 인연이 이 세계에서 끝이 났다.

기약할 수 없는 거대한 이별을 실감해야 했다.



- 끝 -



- 14편에 계속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