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를 원망하지도 말라.

미얀마 바간에서 만난 사람들

by Rosary

싱가포르에서 6년 동안 살면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이웃 나라 여행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싱가포르를 떠나기로 결정한 후 미처 가보지 못한 미얀마와 라오스 여행을 떠나기 위해 항공권, 숙소 예약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는데 떠나기 전날 갑자기 극심한 요통이 와서 허리를 펴지도 못할 만큼 통증이 컸다. 애써 예약한 항공권과 숙소를 취소해야 하나 잠깐 고민이 되었지만 숙소에서 누워 지내더라도 일단은 출발하는 걸로 마음을 먹었다.


원래 여행할 때 갈아입을 최소한의 옷과 세면도구 정도만 챙겨서 떠나는 타입이라 보름 여행이라도 적당한 크기의 배낭과 크로스백이면 OK여서 짐의 압박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허리가 아파서 움직이기도 힘든 판국에 여행이라니 무모한 결정이었지만 타고난 방랑 팔자는 어쩔 수 없는지 비행기가 양곤에 도착해서 몇 시간 동안 좁은 좌석에 구겨 넣었던 몸을 일으키는데 어라? 허리가 좀 괜찮은 것 같네? 공항에서 숙소에 도착한 후 다리를 뻗고 누워보니 그제야 허리가 아팠던 게 기억이 났다. 아니 이렇게 멀쩡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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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매일 하루종일 걷고 또 걷는 동안 언제 허리가 아팠는가 싶게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고, 컨디션이 쌩쌩하게 돌아왔다. 미얀마와 라오스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은 건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동남아 여행을 오기는 힘들어질 것 같아서였기 때문이어서 두 나라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미얀마에 머무는 8일 동안 이 나라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특히 버간 왕조의 개성 있는 사원과 파고다는 너무 아름다워서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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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절에서 만난 불상과는 다른 투박하지만 살아있는 표정의 불상은 내 마음속 번민을 털어놓으면 이야기를 다 들어줄 것만 같은 친숙함이 큰 매력이었다. 그래서 미얀마 사람들이 그렇게 불심이 깊은 건가 싶다. 명색이 선진국이라는 나라의 시선으로 볼 때 가난한 나라 미얀마 국민들의 열정적인 불심은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잠시라도 가까이서 바라본 그들의 종교는 그저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거창한 소원을 빌거나 구원을 희망하는 것이 아닌 하루하루 작은 행복과 성취를 위한 소박한 휴식 같은 기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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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를 원망하지도 말라.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느니라.

오로지 현재 일어난 것들을 관찰하라.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말고 그것을 추구하고 실천하라. [중아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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