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치 있게 즐기는 맥주 한잔의 여유, 싱가포르 차임스
싱가포르에서 생활할 때 자주 찾았던 곳이 차임스다. 차임스는 중심가에서 가까우면서도 번화가와는 조금 떨어진 빅토리아 스트리트에 위치해 있어 망중한(忙中閑)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싱가포르에 도착해서 처음 머물렀던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차임스가 있었지만 식당가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교회나 성당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19세기 중반 수녀원으로 설립된 곳이라 외관이 고딕 양식의 웅장한 건물이기 때문이었다.
차임스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업무 때문에 한식당 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차임스 내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섹션별로 중식, 양식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고급식당이 줄줄이 있었고, 다양한 카페와 바 등도 즐비해서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서 식사와 여흥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복합공간이었다.
차임스는 19세기 중반까지 수녀원, 고아원으로 운영하다가 1933년 여학교로 바뀌었고, 1980년대 들어 싱가포르 정부에서 도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교와 종교시설을 이전하고, 상업지구로 변경한 후 1996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식당, 상점가 등을 입점시키고 이벤트홀 등을 만들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지금의 싱가포르는 ‘어른들의 디즈니랜드’라고 불릴 만큼 화려하고 즐길거리가 가득한 곳이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싱가포르는 여느 동남아국가처럼 낙후된 분위기가 남아있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첨단 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해 도심개발에 총력을 쏟아부었는데 그 과정에서 종교시설이었던 차임스를 화려한 상업지구로 재탄생시키는 발상의 전환을 했고, 멋지게 성공시켰다.
차임스는 날씨가 쾌청한 한낮에 가도 좋지만, 저녁이나 밤시간을 즐기기에도 좋다. 관광객들은 주로 싱가포르강변의 클라키나 이스트 코스트 해변 등에서 시끌벅적한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게 일반적이긴 하다. 싱가포르 직장인들의 퇴근 후 저녁시간이 궁금하다면 차임스에 한번 가볼 것을 권하고 싶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바에서 라이브 연주를 들으면서 맥주를 마시는 시간은 참으로 운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