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앵글

지갑을 잃어버릴 때마다 4차원 속으로 사라졌다고 의심부터...

by Rosary


나는 지갑을 가끔 잃어버리는 편이다. 그런데 잃어버리는 족족 금세 다시 찾는 행운도 함께 한다. 가장 최근에 잃어버린 건 1년 전쯤 백화점 푸드코트 키오스크 앞에서 카드를 쓰고 가방에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가방 속에 있어야 할 지갑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이럴 때는 정말 멘붕이 따로 없다. 분명히 있어야 할 물건이 자취를 감추면 4차원 공간 속으로 사라진 게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하게 된다. 다시 키오스크 앞에 가서 안내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어떤 손님이 주워서 맡겼다고 돌려줄 때 나는 가장 밝은 표정이 된다.


오늘도 그런 일이 있었다. 점심 무렵 약국에서 뭘 사려고 들어가면서 마스크를 쓰기 전까지는 분명 가방 안에 지갑이 있는 걸 봤다. 그런데 약국에서 나와서 버스를 타려고 카드 지갑을 찾는데 행방이 묘연했다. 조그만 가방 속에서 더 조그만 카드 지갑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약국에 다시 가봤지만 지갑은 못 봤단다. 급한 대로 카드 분실신고를 했지만, 영 찜찜한 기분에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분명히 마스크 쓰기 전까지 지갑의 행방을 아는데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어디로 간 걸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니 오후 내내 열심히 일을 했다. 그리고, 오후 늦게 지갑을 가지고 있다면서 전화가 왔다. 지갑 속에 명함이 있어서 연락을 받을 수 있었나 보다. 그럼 그렇지, 그 약국 밖에는 지갑이 있을 곳이 없다니까… 다시 약국에 갔더니 자기네는 아니란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약국에 갔더니 그곳에서 지갑 상봉이 이루어졌다. 아니 어디에 떨어뜨렸길래… 손님이 주워서 맡겼다면서 돌려준다. 12월 들어 가장 기뻤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갑을 잃어버리는 건 온전히 부주의로 인한 내 잘못인데 이상하게 지갑을 잃어버릴 때마다 4차원 속으로 사라졌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면 자책을 덜고,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고 할까. 지갑이 돌아오면 내 잘못을 인지하고, 반성하지만… 지갑이 잠깐 발이 달려 사라졌던 그 짧은 순간에 발현되는 나의 편리한 책임회피법은 정신적 안정을 선물한다.


운이 좋게도 항상 지갑은 짧은 여행을 마치고 내게 돌아왔기에 가능한 변명이다. 영영 못 찾았으면 찜찜함과 자책이 한동안 지속되었을 텐데… 덜렁대는 성격인데 행운이 함께한다. 요즘은 감정 기복이 거의 없는 상태라서 그런지, 이런 사소한 상황에 기분이 널뛴다.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완전히 가라앉았다가 다시 찾았을 때 세상 기쁘다. 3차원으로 돌아온 내 지갑, 너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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