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_#19. 일요일 밤 9시

일요일 밤의 나는 늘 월요일의 나보다 유능하다

by 골골


으아—

벌써 일요일 밤 9시다. 이 시간은 정말 묘하다.

아직 월요일은 오지 않았는데도, 어쩐지 이미 진 게임의 패배 화면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하루가 고작 세 시간 남았을 뿐인데 사람들은 갑자기 부지런해진다. 방금 전까지 쇼츠를 보며 누워 있던 사람이 다이어리를 펼치고, 며칠째 미뤄둔 빨래를 돌리고, 먼지가 쌓인 책을 꺼낸다. 마치 9시 이후의 세 시간이 인생을 역전시킬 마지막 추가 시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는 이 짧은 시간을 붙잡고 갑자기 성실한 인간이 된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다음 주 할 일을 적어보고, 매주 복붙하던 다짐을 처음 쓰는 사람처럼 또박또박 눌러쓴다. 일요일 밤의 나는 늘 월요일의 나보다 유능하다. 계획만 보면 이미 성공한 사람이다. 실행은 늘 다음 주의 내가 맡는다.


괜히 SNS도 열심히 본다. 출근하기 싫다는 해시태그 아래에 놀러 간 사진을 올리고, 누군가는 월요일 도시락 사진을 체념한 얼굴 대신 올려둔다. 우리는 서로의 게시물을 보며 확인한다. 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그렇게 거대한 ‘월요병 공동체’가 형성된다. 서로를 위로하지만, 동시에 서로의 불안을 강화한다. 월요일을 싫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월요일을 더 크게 만든다.


어느덧 10시 30분. 내일 알람을 맞추며 몇 시간을 잘 수 있는지 계산한다. 야식을 먹을지, 배고픈 채로 잘지 인생 최대의 결단을 내리는 척하며 샤워를 한다. 출근할 옷을 챙기다가, 밤 11시에 하는 드라마가 생각나 무언가에 홀린 듯 TV를 켠다. “이거 하나만 보고 자야지.” 그 한 마디가 언제나 문제다.


11시 57분. 생산적인 인간은 이미 로그아웃했고, 불안한 인간만 남았다. 자야 한다는 중압감에 이불속으로 들어가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한 엄지가 또다시 유튜브를 스크롤한다. 인생은 못 바꿨지만 알고리즘은 확실히 바뀌어 있다.


그리고 12시. 월요일이 도착한다. 사실 월요일이 무서웠던 건 아니다. 끝났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다. 월요일은 분명 일요일의 불안과 절규를 먹고 자라난 아이일 것이다. 월요일은 조금이라도 늦게 맞이하고자 버텨보지만, 결국 감겨오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든다.


우웅-- 우웅우웅-- 우우우웅--

현실을 부정하며 뒤척이다가 마지못해 휴대폰 화면을 본다. 지각이다. 어젯밤의 그 유능했던 나는 도대체 어디로 퇴근해 버린 걸까.


이놈의 월요일. 시작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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