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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유 May 13. 2024

소중한 하루가 지나며

새로운 의미를 찾아 거닐던 시간

오늘도 회사에 출근하던 날처럼 아침 5시가 조금 넘어 눈이 떠졌다. 퇴직한 지도 벌써 5개월이 되었다. 아침기도를 바치고 얼마 전 이사한 아파트 13층 앞 베란다에서 남동 체육관 쪽 산책로 공원과 하늘을 보았다. 아침 산책을 하는 몇몇 사람만 눈에 띈다. 곧 출근하는 사람들로 번잡해지며 차량통행도 많아질 것이다. 아내와 건강을 잃고 암투병 중 주일 저녁 47살 나이에 세상을 떠난 라파엘라 자매님 이야기부터 암투병 중인 나자로 형제님도 무척 허약해지셨다는 이야기로 아침을 시작했다. 새삼 아내와 웰다잉 교육을 받으며 같이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 사전 장례 의향서를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억지로는 안 되겠지만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오늘을 살아야겠다고 우리 부부는 약속했다. 아내는 오늘 장례식장을 다녀오겠다고 하고, 난 무엇인가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집을 나섰다. 전철을 타고 인천역에 내려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만석동 괭이부리 마을과 우리 미술관을 찾았다. 만석동이 고향이라는 어르신을 만났다. 그 옛날 가난했던 시절 이곳에 고양이가 무척 많았다고 한다. 만석부두가 있다 보니 생선냄새와 비린내로 아마 그런 것 같다고 하신다. 괭이부리 마을 일대를 돌며 사진을 찍었다.


언제나 어느 곳을 가건 그곳의 사진을 찍어 아들, 며느리에게 보내는 일이 나에겐 취미가 되었다. 누군가 그랬다.

죽음을 옆에 두고 산다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인지 알 것이다.


내일도 이 문턱을 넘어가게 해 주소서

하며 기도했다던 친구의 목소리가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요즘처럼 때도 없이 비가 오는 날씨에 마음도 울적해짐을 이겨내고, 소중한 아내와 아들 부부, 손주들을 생각하며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 본다. 매사가 감사하고 고맙기만 하다. 건강한 오늘이 있음이 더욱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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