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엔 결국 다정함인가

by 공기북

다정하다. 사전적의미로는 정이 많아 따뜻하고 친절하다. 이기적이고 차가운 세상에서 다정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까싶다. ‘저 사람 참 다정하다.’라고 칭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서인가, 나의 이상형은 어느 샌가 ‘무한 다정한 사람’이 되었다. 세상의 끝에 결국 살아남는 건 다정함이지 않을까. 반면, 나는 ‘다정한 사람’과는 거리가 먼 편이라 인간의 본성처럼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진 자에 대한 끌림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회사에서 귀한 ‘다정한 사람’을 만났다. 꽤나 함께 일을 했는데도 최근에서야 다정한 사람이라고 깨달은 이유는 타인에 대해 관심이 없는 편이기도 했고 동료는 동료일 뿐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이 커서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 같다. 최근 사람을 잃고, 사람을 얻는 여러 일을 겪으면서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 다정한 사람을 알아봤다.


회사에서 나의 하루 대화 할당량을 채워주는 올망졸망 작고 귀여운 동료다. 맞은편에 앉아 동그란 눈을 때굴때굴 굴리며 말을 걸 때 보면 만화 속 캐릭터가 튀어나온 것 같다. 만화 속 작고 귀엽고 눈이 동그란데 성격까지 밝은 캐릭터가 있다하면 대부분 동료와 똑 닮았다. 일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참 야무지기도 하다. 회사라는 공간은 하루 10시간가까이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해야 하는 곳이라 마음에 맞는 사람도, 맞지 않는 사람도 할 수 없이 부대끼며 일해야 한다. 그런데 말이 통하는 동료가 있다는 건 행운이다. 일을 하다 보면 그야말로 ‘현타’가 오거나 혹은 울화통이 터지는 일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속 터지는 가슴에 시원한 얼음 한 조각 올려주는 기쁨이랄까.


작고 귀여운 동료는 다정스럽다. 어느 날은 ‘팀장님 트러플 좋아하세요?’ 하며 먹어보니 맛있다며 내 취향일 것 같다는 감자 칩을 쿠팡으로 보내주고, 여행 간 곳에 유명한 빵집이 있는데 정말 맛있다며 직원들 줄 빵을 한가득 사온다.

제빵에 취미가 있는지, 초콜릿 칩을 가득 넣어 만든 쿠키를 직접 만들어 오기도 하고 맛있는 젤리를 하나씩 나눠주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말도 없이 모바일 선물을 보내놓고는 ‘팀장님 혹시 OO쇼핑몰 이용하세요? 키링 선물 보냈어요.’ 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내가 좋아할 것 같다며 반려묘 털을 보관할 수 있는 고양이 키링을 선물 받았다.


나보다 나이는 어린데 생각하는 건 한참 위다. 한 때 나도 취미로 베이킹을 한 적이 있었다. 집에서 마들렌을 잔뜩 구워보고 휘낭시에를 만들었다. 동료들에게 나눠줄까도 싶었지만 혹시라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만들다가 우리 집 고양이 털이라도 들어갔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차마 나눠 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맛있는 초콜릿이나 사탕을 발견했을 때도 ‘이렇게 작은 걸주는 건 좀 그런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행을 다니다 만난 유명빵집에서도 ‘혹시라도 맛이 없다고 하면 어쩌지.’하는 생각에 내가 먹을 것 한두 가지만 샀다. 또,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으며 서로가 가질 부담을 만들지 말자 주의였다. 그런데 이 동료는 나누는 것에 거침이 없다. 해맑은 얼굴로 정말 맛있는 걸 발견했다며 이것저것 간식을 나눠주거나 맛 집을 알려주거나 소소한 선물을 주는 모습이 그저 예뻐 보였다.

사무실 냉장고에 자신이 나눠 준 빵 하나가 며칠째 남겨져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존감이 탄탄해보였다. 나는 아마 상처를 받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다정한 동료는 자신이 주는 것에 집중을 했을 테고 주는 것에 대한 보상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료를 보며,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받는 것보다는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야겠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신경써주고 생각해주는 것을 알았을 때 감사함과 고마움을 그 자리에서 잘 표현하자고. 그게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것임을 다시 배운다.


다정함은 모든 것을 이긴다. 다정함은 미움과 분노와 배신과 걱정과 불안과 공포와 이기심과 수치스러움을 이긴다.

누군가에게 다정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따뜻한 관심을 계속 가져주는 것이다. 그 사람의 취향을 알려고 노력하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며, 받는 것보다 더 주려고 하는 마음이다. 나도 정이 많아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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