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화. 우울증이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My old blue

by 공쩌리
ChatGPT Image 2025년 9월 1일 오전 06_36_49.png


남의 마음은 알 수 없기에,

다들 이 정도의 힘듦은 안고 사는 줄 알았다.

늘 힘들었지만, 다 그렇다고 여겼다.

버티는 게 당연하고, 내가 유난스러운 줄만 알았다.

그저 내가 나약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안에는 만성화된 우울이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울증은 내 삶 전반에 스며들어 있었고,

그 탓에 스트레스에 취약했고,

새로운 환경에 늘 적응하기 어려웠다.


결국 부적응했고, 실패했고, 인생에서 놓친 것들도 많았다.


항상 금방 지쳤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은 늘 조심스러웠고,

눈치를 보며, 스스로를 다잡느라 애썼다.

그저 ‘나는 원래 소심한 성격’이라며 스스로를 정의 내렸다.


무기력은 삶을 쥐어짜며 겨우 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건 성격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느 순간, 에너지는 바닥이 되었고, 일상적인 일도 할 힘이 없었다.

아무리 쉬어도 피로는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죽으면, 편해질까?”


우울감이 너무 익숙해져서 나는 내가 우울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혹시 우울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한 줄기 의심조차 너무 늦게 찾아왔다.


상담센터를 찾고, 정신과에 가서 검사와 설명을 들은 뒤에야 알게 됐다.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우울증이라니.


나는 우울하지 않았다.

다만, 화와 짜증이 많았고 무기력 했으며, 자주 좌절했고 절망했다.

늘 남의 눈치를 심하게 봤고, 수치스러웠고, 내 자신이 싫었다.

그리고 가끔, 다 포기하고 편해지고 싶었다.


몰랐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우울증과 함께 살아오고 있었다.

그게 내 삶 그 자체였다는 것도 모른 채로.


가끔 생각한다.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면.

조금만 더 일찍 치료를 시작했더라면.

나는 조금 더 가볍고 행복한 사람이었을까?

놓쳐버린 기회들을 잡아 인생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그래도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늦었지만,

아주 늦지는 않았으니까.


용기 내어 시작한 나의 치료기를,

지금부터 적어보려 한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