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긍정의 힘 Oct 17. 2022

2023학년도 수능 D-30, 아빠의 솔루션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느덧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딸은 고3이던 지난해 한 대학에 합격하고 등록을 마쳤다. 최선이 아닌 차선의 학과. 충분히 만족할만하지만 딸은 전혀 그러지 않은 듯했다.


꼭 전공하고 싶은 학과가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키워온 꿈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그렇게 딸은 수능 재도전을 선언했다.


딸은 충분히 놀아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2월 말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실컷 놀았다. 


3월, 대학에 입학할 시기에 딸은 본격적으로 수능 준비에 착수했다. 


신입생 첫 학기 휴학이 불허된 학교에 입학했기에, 불출석으로 학사경고를 받으며 수능을 준비하는 이른바 '학고반수'생이 된 것이다. 


처음부터 학고반수를 계획한 것은 아니다. 정상적으로 1학기를 마치는 방안도 고민했다.  


하지만, 타지에서 학교 생활에 적응하며 친구들과 사귀게 되면 마음을 다잡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아예 학교를 가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딸이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혼자 자습한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차로 10분 거리의 재수독학학원에서다. 비록 힘든 반수 생활이지만 딸은 나름 씩씩하게 지냈다.


그러던 딸이 9월 모의고사를 기점으로 생기를 잃었다.  


실전 준비로 가장 중요한 9월 모의고사의 성적이 고3 첫 수능 결과보다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목마다 한문제만 더 맞으면 되는데 그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작년 첫 수능에서 한 문제만 더 맞았다면 딸은 원하는 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또 다른 과목에서 한 문제를 더 맞았다면 원하는 학교의 원하는 학과에 합격했을 것이다. 


그 두 과목에서 딱 한 문제씩만 더 맞기 위해 지난 7개월 간 혼신의 힘을 다했는데, 그게 참 어렵다.


어느 날, 학원에서 돌아온 딸이 무겁게 말을 꺼낸다. 


"아빠, 이제 수능이 60일 정도 남았는데,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작년 한 해 나는 딸의 요청으로 딸의 개인 입시 컨설턴트 역할을 했다. 딸과 한 팀이 되어 입시를 준비했고 나름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 딸이 다시 한번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과목마다 내가 약한 부분을 알겠는데, 그것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딸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9월 모의고사 직후 학원에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실전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치른다고 한다. 수능 당일 최적의 컨디션을 위한 조치라는 학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자신감이 떨어진 차에 화목 일주일에 두 번 수능 모의고사는 딸을 더욱 힘들게 했다. 


일주일에 이틀은 시험을 보느라, 그리고 시험 본 다음 날은 틀린 문제 확인하느라 정작 수능 공부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하다. 


고칠 부분이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답답한 것이다. 


딸의 요청이 반갑다. 9월 모의고사 이후 말수가 부쩍 줄어들어 걱정하던 차였는데 그 이유를 먼저 선뜻 물어볼 수 없었다. 


경험상, 모의고사는 시험에 익숙해지기 위한 컨디션 조절용이지 실제 실력 향상을 위한 조치는 아니다. 물론, 그 방식이 맞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딸의 경우, 잦은 모의고사로 인해 부족한 점만 부각되고 이를 해결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 오히려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 방식은 딸에게 적합하지 않다. 


정시가 아닌 수시를 준비 중이기에 만점을 목표로 공부할 필요가 없다. 버려야 할 문제는 과감히 버리는 것도 전략이다. 


딸에게 아빠표 솔루션을 제공한다.


1. 수능 전까지 모의고사는 매주 목요일 한번, 최대 4번만 응시한다.

2. 과목별 본인의 약점이 무엇인지 정리한다.

3. 각 약점의 난이도를 매긴다.

4.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측정한다.

5.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극복할 약점과 과감히 버릴 약점을 구분한다.


아빠의 솔루션이 지난 지 한 달. 딸이 생기를 되찾았다.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라고 한다.


여전히 힘든 수험생활이지만 딸은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가고 있다.


나는 평생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은 적이 없었다.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현실과 타협하여 직장을 구하고 가정을 이루었다. 


그러기에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딸이 대견하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그 결과를 떠나 본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온전히 자신의 열정을 바친 경험은 소중할 것이다. 


딸은 지금도 자신의 꿈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한다.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다.


딸이 그 절실한 꿈을 이루길 바란다. 


오늘도 아빠는 딸의 꿈을 응원한다. 

  


관련 글

https://brunch.co.kr/@good4u1975/12

https://brunch.co.kr/@good4u1975/55




매거진의 이전글 부자간의 대화, 타이밍의 기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