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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토v Jul 12. 2019

회의록 작성, 그대로 따라하기

회의록 처음 쓰는 사람은 이 글을 봅니다.

 회의록도 못 쓰냐

 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전에 있던 양식들 보고 알아서 쓰라길래 땀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썼는데 말이다. 그때 이후로 다른 사람들이 쓰는 회의록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가 참고서고 학습지였다. 그렇게 나름 정리한 내용들을 공유한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체계적으로 업무방법론을 가르쳐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주먹구구식으로 다른 팀원한테 배우거나, 한 소리 듣고 조금씩 배우는 게 대부분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이런 것까지 가르쳐야 되나 싶기도 하고, 회의록 쓰는 법 따위 정리된 것도 없을 테니 난감할 거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쓴다.


 나는 회의록을 아래 양식을 기본으로 하여 상황에 맞게 빼거나 더해 쓴다. 아래 양식에서 타이틀이나 메인 키워드에 강조 표시만 잘해주면 읽기 편한 회의록 완성이다. 스크롤 쭉쭉 내리면서 읽어보고 자기가 쓴 회의록 읽어보라.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당장 적용하면 된다.



회의록 기본 양식

[ 회의 개요 ]
 1. 일시 : 2019. 07. 12. (금) 15:00~16:30 (90분)
 2. 장소 : 서울시 OO기관 0층 회의실 (서울시 OO구 OO동 00-0길)
 3. 참석 (총 0명)
  - OO기관 OOO 과장, OOO 대리, OOO 사원 (3명)
  - 우리 회사 OOO 팀장, OOO (2명)
 4. 주요 안건
  - 저녁 식사 메뉴 결정

[ 회의 내용 ]
 1. 주요 내용 A
  1) 세부 내용 a
   - 키워드 : 상세 설명
  2) 세부 내용 b
   - 키워드 : 상세 설명

 2. 주요 내용 B
(상동)

[ 향후 과업 ]
 1. 과업 A (~7/20) - 담당자
  - 세부 설명
 2. 과업 B (~7/23) - 담당자
  - 세부 설명


 지금부터 왜 이런 양식을 쓰는지, 각각 요소들이 왜 들어가야 하는지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 회의 개요 ]

1. 일시

- 일시를 적을 때에는 최대한 텍스트를 빼고 구분 기호를 넣는다.

 : 아래 예시 중 무엇이 더 한눈에 잘 들어오는지 직접 보고 판단해보자. 텍스트 가득한 회의록에서는 구분 기호를 활용해 텍스트 양을 줄여, 가독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Before  : 2019년 7월 19일 금요일
After : 2019. 07. 19. (금)


- 시간은 깔끔하게 00:00 형태로 적는다.

 : 개인적으로 모든 업무 대화에서 오전/오후라는 말을 안 쓴다. 특히 야근이 많은 스타트업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종종 발생한다. 또한 회의록에서 텍스트가 많아지게 되어 가독성이 떨어지므로 아래와 같이 표현한다.

Before : 오후 3시 ~ 4시 30분
After : 15:00~16:30 (90분)

 이렇게 총 소요 시간도 적어주면 좋다. 몇 분짜리 회의였는지에 따라 효율성을 가늠해볼 수도 있고, 미팅의 경우 클라이언트가 얼마나 그 미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등등을 알 수 있다.


2. 장소

 - 외부 미팅의 경우 정확한 주소지를 적는다.

 : 왜냐하면 이전 회의록을 보고서 주소가 어디였는지 찾아볼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내부 회의 : OO건물 3층 회의실 (내부 미팅이나 모두가 아는 장소일 경우 간단히)
외부 미팅/회의 : OO건물 3층 회의실 (서울시 OO구 OO동 00-0길)


3. 참석 인원

 - 누가 참석했는지를 적는다.

 : 그래야 나중에 이 회의 내용에 대해 궁금한 게 생겼을 때, 참석했던 사람한테 물어볼 수 있다. 그리고 클라이언트 누가 참석했는지 알아야 의사결정권자의 의견인지, 실무자의 의견인지 등등 정보의 가치를 매길 수 있다.

Before : 3명 참석

After(1) : OO센터 김OO 센터장, OO기업 박OO 과장, 유OO 인턴

After(2) 분류를 해주면 더 좋다.
 - OO센터 김OO 센터장
 - OO기업 박OO과장, 유OO 인턴


 - 총 몇 명인지를 적는다.

 : 각 기관에서 몇 명이 참석했는지를 적어주면 좋다. 미팅 자체가 5명 이하의 소규모 미팅인지, 그 이상인지에 따라 회의의 성격이 다르다. 그리고 회의록은 정제된 정보들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야 좋으므로 인원수를 괄호에 넣어 아래와 같이 적어준다.

Before
 - OO센터 김OO 센터장
 - OO기업 박OO과장, 유OO 인턴

After (총 3명)
 - OO센터 김OO 센터장 (1명)
 - OO기업 박OO과장, 유OO 인턴 (2명)


4. 주요 안건(아젠다)

 - 회의 주요 안건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하여 적는다.
  : 다짜고짜 회의 내용부터 적는 게 아니라 어떤 내용에 대해 이야기했는지를 먼저 이야기해야 회의 내용이 잘 읽힌다. 적을 때에는 구구절절 구어체로 적지 않고 단어 위주의 간략한 문어체로 서술한다.

Before : 지난달 킥오프 미팅 후 수정된 예산안에 대해 재조정하고자 함.
After : OO사업 예산안 수정 건


5. 목적 및 요약

 - 회의를 하게 된 목적을 적는다. (선택사항)

 : 간혹 회의 맥락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테면 우리 팀에서 A 프로젝트를 열심히 진행 중이었는데 어느 날 'A프로젝트 사업 종료 관련'이라는 회의록이 올라온다면 당황스럽지 않겠는가? 아래와 같은 회의 목적에 대한 설명이 있다면 오해가 없을 것이다.

- 주요 안건 : A프로젝트 사업 종료 관련
- 회의 목적 : 프로젝트 종료 시 결과보고를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서류가 있는지 검토 위함.


 - 회의 결과를 상단에 요약해놓는다. (선택사항)
 : 장황한 회의 내용을 줄줄이 적기 이전에, 회의록 상단의 미팅 개요 부분에 '회의 결과'에 대해서만 요약해 적어놓는다면 팀원들의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모든 이가 모든 내용을 다 확인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회의 내용]

 일단 회의 내용 부분의 양식은 아래와 같다. 이러한 양식이 '눈에 안 들어오는 회의록'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 회의 내용 ]
1. 주요 내용 A
 1) 세부 내용 a
  - 키워드 : 상세 설명
 2) 세부 내용 b
  - 키워드 : 상세 설명


1. 카테고라이징

 : 비슷한 것끼리 묶는다. 회의록은 시간순으로 적을 필요가 없다. 회의가 중구난방으로 진행됐으면 그 내용을 정리해서 적어야 한다.


 ※ 하지만 주니어의 경우 회의록 정리 과정에서 중요 내용들을 누락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로우 데이터(Raw data)를 항상 보관하는 게 좋다. 나중에는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에 이미 카테고라이징하며 정리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회의록 적느라 1시간씩 시간 낭비하는 일이 없다.


 Before (들리는 대로 적은 경우)
 1. 일주일에 한 개씩 페이스북 카드 뉴스 제작하여 업로드 하기.
 2. 행사 진행 PPT 장표에 회장님 인사말 넣기 – OO님이 제작하기로.
 3. 차주 7월 10일에 다시 미팅하기로 >> 진행 장표 제작해오기
 4. 공간 대관 이슈 : 비용 문제로 인해 장소 변경을 요청받았음. 저렴한 공간으로 다시 알아보기.
 5. 담당님 의견으로 오프라인 사전설명회 홍보 진행하기로 하였음.    

 실제로 위와 같이 적는 사람이 있다. 이 글에서 숫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우리는 이렇게 하지 말자.

After
1. 홍보
 - 온라인 : 페이스북 카드 뉴스 제작. (주 1회)
 - 오프라인 : 사전설명회 진행 확정.     

 2. 운영
 - 진행 장표 : 회장님 인사말 추가.
 - 공간 : 저렴한 공간으로 변경해야.     

3. 향후 과업
 - 미팅 : 7/10(금) 00:00(시간), OO(장소)
 1) 진행 장표 제작 : OO님 (~7/10)
 2) 공간 리서치 : OOO(담당자 지정) (~0/00)      

         

2. 넘버링

 : 팀의 넘버링 기준을 따르거나, 없으면 통일된 기준을 만들자. 카테고라이징 해서 넘버링만 잘 매겨도 보기 쉬워진다. 내가 본 좋지 않은 넘버링은 다음과 같다.

[ 하위 항목과 구분이 잘 안 되는 경우 ]
1. 영업/제안 관련
 1. 제안서 작성
 2. 영업 미팅
2. 홍보 일반사항
※ 하위 항목은 '1), 2)'로 적자.
[ 동어 반복으로 가독성 떨어짐 ]
1. 문제 개선
 1-1. A가 문제다
 1-2. B가 문제다
 1-3. C가 문제다
2. 해결책
 2-1. D가 해결책이다.
※ 회의록이 논문이나 보고서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아래와 같이 넘버링한다. 문장 앞에 들여 쓰기까지 항상 동일하게 사용한다. 

(들여 쓰기 중요)

[ 타이틀 ]     (대괄호 띄고 타이틀 띄고 대괄호 닫고)
1. 대주제    (굵기 볼딩 처리)
 1) 중주제    (들여 쓰기 한 칸)
  - 소주제 : 상세 설명    (들여 쓰기 두 칸)
   > 부가 설명 혹은 결론    (필요할 경우에만 추가)    

※ 만약 중주제가 필요 없으면 1), 2)를 없애도 된다.
1. 대주제
 - 소주제 : 상세 설명    


3. 두괄식

 : 항상 결론부터 문장 처음에 던져야 한다. 회의 내용을 들리는 대로만 받아 적는 사람이 흔히 회의록을 문어체로 적는다. 그렇게 적힌 회의록은 초등학생이 적은 아무 말 대잔치처럼 보인다.

 회의록 못 적는 사람들은 이 부분을 제일 못한다. 위에 넘버링에서도 ‘소주제’ 부분을 보라. 핵심 키워드를 한 단어만 추출한 다음에 오른편에 상세 설명을 적지 않는가? 두괄식으로 키워드부터 뽑아서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바로 구구절절한 문장이다.

Before
 - 프로그램에 참여한 팀의 기술에 대한 니즈가 있을 경우 학교와 협력하여 대학의 기술이 매칭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후에도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학교 측과 MOU를 맺을 수 있는지 요청 받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기술 매칭 필요하고, MOU 맺고 싶다는 것이다. 그 키워드만 추출해서 상세 설명 앞에 먼저 적어놓으면 회의록 읽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After
 - 기술 매칭 : 프로그램 참여팀과 대학의 기술이 연계되기를 희망함.
 - MOU 체결 : 후속 프로그램 연계를 위한 MOU 요청.     


4. 괄호/구분 기호 활용

 : 가독성을 높이려면 글자만 적을 게 아니라 괄호/구분 기호를 활용해야 한다.

※ 문장을 줄인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두괄식 표현과 괄호/구분 기호들을 활용하면 아래 문장이 굉장히 깔끔해진다.

Before
 - 홈페이지 디자인 및 레이아웃은 A님이 맡아서 진행.
 - 홈페이지 개발은 비용 고려하여 2~3개 업체 중 검토 중이며 다음 미팅까지 정해 오기로.
 - 홈페이지 서비스 기획은 B님이 초반에 진행하다가 C님에게 인수인계.     
After
[ 홈페이지 개발 건 ]
 1. 디자인/레이아웃 : A님 진행
 2. 서비스 기획 : B님 (초기) → C님 (인수인계)
 3. 개발 : 비용 고려하여 업체 검토 중 (~다음 미팅)     

 수정이 이루어진 부분은 이렇다.

 위에서 반복되는 표현인 '홈페이지'를 대괄호로 묶어 타이틀로 분리시켰다.

'디자인 및 레이아웃'은 중간에 슬래시를 넣어 간략하게 ’디자인/레이아웃‘으로 묶었다.

 문장으로 풀어쓰느라 사용되는 표현들은 넘버링과 ':' 기호를 통해 없애버렸다.

 ’B님이 초반에 진행하다가 C님에게 인수인계‘라는 23자짜리 텍스트는 '→' 기호와 괄호로 간단해졌다.     


 아무거나 자신이 적었던 회의록을 켜보고 위 요소들을 점검해보면 도움될 것이다. 경험상 사람들이 가장 못 하는 게 두괄식 표현이다.


”구구절절 어쩌구 저쩌구여서 결론은 OO이다.“라는 문장을 보고 있으면 가뜩이나 시간 없는데 화가 난다.

그러니 문장을 쓰는 동안 마음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계속 떠올려보도록 하자.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 향후 과업 ]

 = '향후 과업' or 'Action Item' or 'To do List'

 모든 회의록에는 결론이 있어야 한다. 의사 결정된 사항이 있을 것이고, 보통 업무에서 의사결정 나는 건 Task다. 회의가 끝나면 해야 할 과업(Task)이 결정된다. 그러니 회의록에 향후 과업이 적혀 있지 않다는 건 회의록을 잘못 적었거나, 회의의 성과가 없거나 둘 중 하나다.


※ Task의 기본 3요소는 KPI, Action Item, Due date가 있고, 여기에 더해 R&R까지 추가되면 완벽하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 글을 참고한다 (https://brunch.co.kr/@goodgdg/3)


1. R&R (Role&Responsibility)

 : 보통 회의록에 담당자를 빼먹는다. 담당자까지 빠트리지 말고 적자. Task는 반드시 책임지고 수행할 사람을 지정해야 성과가 나온다.


Before
 - 견적서 수정해서 다시 발송드리기로.
 - 다른 경쟁사 리서치하여 벤치마킹할 필요 있음.
 - 이전에 비슷한 사업 경험 있는 사람은 진행했던 자료 정리해 오기.


After
 - 견적서 수정 후 발송 : 담당자 A (~납기)
 - 경쟁사 벤치마킹 : 담당자 B (~납기)
 - 이전 사업 자료 정리해오기 : 담당자 A, C (~납기)


2. Due date (납기)

 : 위에 예시에서 사실 납기도 써놨다. 모든 Task에는 납기가 있다. 납기를 적을 때에는 같은 양식으로 적도록 하자. (+연월일 쓰지 말고 구분 기호로 간략히 표기)

[ 납기 양식 예시 ]
 ~7/10 : Task A - 담당자 A
 ~7/12 : Task B - 담당자 A
 ~7/22 : Task C - 담당자 B

- Task A : 담당자 A (~7/10)
- Task B : 담당자 A (~7/12)
- Task C : 담당자 B (~7/22)


3. Insight (회의록 작성자의 의견)

 : 가능한 경우에는 회의록 작성자의 의견도 같이 적으면 좋다. 아래 예시를 보았을 때 딱 봐도 어떤 회의록이 더 의미 있는가?

Before
[ 영업 미팅 건 ]
~~
3. 향후 과업
 - 계약 진행 여부 검토하여 회신드리기로 (~7/15)

 여기까지는 평이한 회의록이다. 여기에 한 문장만 더 붙여본다.

After
[ 영업 미팅 건 ]
~~
3. 향후 과업
 - 계약 진행 여부 검토하여 회신드리기로 (~7/15)

4. 개인 의견
 - 수익률 00% 이하인 건으로 진행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회의록 적는 건 너무나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서 잘 안 가르쳐준다.

그래서 기초적인 일임에도 생각보다 제대로 배우기 힘들다.

그러니까 이 글을 보고 우리 모두 직장생활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나도 물론 일을 못하지만 이런 공유가 분명히 도움될 거라고 생각한다. 호날두가 아니어도 초보에겐 초보시절을 헤쳐갈 노하우가 있으니.


지금 바로 자기가 썼던 회의록이나 남이 작성한 회의록 읽어보면 개선할 부분이 분명히 보인다.

지금 바로 확인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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