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친구들과 저녁 식사하기로 했다고 오늘 얘기했더니, '알았다, 다음부터는 좀 더 미리 이야기해주면 좋겠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아내가 당일 오전에 저녁 약속 이야기해도 충분히 이해하거든요. 도대체 아내가 말하는 '미리'는 언제일까요?" 저녁식사 중에 후배가 했던 말입니다. 저녁 식사 등 외부 일정을 아내에게 말하는 타이밍은 저를 포함한 많은 유부남들이 고민하는 내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경험하고 고민한 '미리'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야'드려봅니다.
1. 미리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리는 문자 그대로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말하라는 거죠. 저는 여기서 '전에' 보다 '어떤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리'를 결정하는 것은 시간(Time)이 아니라 어떤 일(Content), 그러니까 해당 이벤트의 일정, 기간, 비용 등이 말하는 시간을 결정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셀프 세차 같이 1~2시간 걸리는 경우에는(물론 어떤 분은 반나절 걸릴 수도..) 전날 또는 당일 오전에 이야기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저녁식사는 최소 3일 전에 이야기해야 하고, 본가 방문은 논의되는 순간 공유하는 게 좋습니다.
2. 미리 앞에는 '나를 고려해서'라는 문구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아내에게 '미리'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배려'에 대한 이야기 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것이 바로 '미리'의 더 큰 의미였습니다. 예를 들어, 결혼기념일인데 조기 축구회에 가야 한다고 한 달전에 이야기하는 건 '미리'혼날 일을 예약한 겁니다. 본가 방문을 보름 전에 이야기해도 혼날 확률이 높은 것은 '미리' 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정 자체를 논의하지 않아서입니다. 사사건건 아내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통보'라고 생각하느냐 '배려'라고 생각하느냐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은 이미 알고 계시지 않나요?
정리해보면 이벤트의 소요시간이 길수록, 준비할 것이 많을수록, 영향력이 클수록.. 미리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미리 말한다'는 것은 아내에게 허락을 받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내를 배려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Small things often.
* 타이밍은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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