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타노 히로시 저
딸자식은 없기에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들을 둔 아빠들은 대부분 자기 아들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자주 반추하곤 한다. 같은 연령대에서 그때의 나는 어떠했는지, 그때의 아빠는 나를 어떻게 대했고 어떤 관계였는지,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때의 경험과 비교하여 현재 내 아들에게 어떻게 대하며 어떤 관계로 지내는지를 순간순간 되돌아보고 생각하곤 한다. 나의 아빠와 내 아들을 항상 마주 대하며 살아가는 나는 더욱더 그렇다.
이 책을 집어 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내가 어릴 적 그리던 아버지가 되어'.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한 제목 같았다. 다만, 저자가 시한부 암환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글은 어린 아들에게 당부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조금 심심한 느낌은 다분했다. 물론 저자 역시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와의 다양한 에피소드라든지 또는 자신이 그려왔던 아버지상 등에 대한 얘기는 제목이 주는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서 나 역시 이제 아들을 위해 어떤 말을 해주고 어떤 글을 남기면서 살아가면 좋을지 고민하게 됐다는 점에서 유익했다고 할 수 있겠다. 어느덧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고 이해해가는 9살 아드님. 나는 이 아이에게 먼 훗날 어떤 아빠로 남게 될까? 오늘도 그렇듯이, 그저 많은 시간을 자신과 함께했다는 것만이라도 알아준다면 그래도 괜찮은 아빠 노릇은 한 게 아닐까?
집 근처 커피숍에서 함께 반나절을 보내고, 학교 근처 분식집에서는 같이 어묵과 떡꼬치를 먹는 아빠와 아들. 그냥 별생각 없이, 그저 그 시간들이 지루하지 않다면 이것이 행복이지 않을까.
2020. 11. 11. 이디야에서.
2020. 12. 29. 연말을 앞두고 올려보는 앞선 독후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