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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호 Oct 06. 2015

공교롭게도 우린
끝이나면 알게 된다


당신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또한 당신은 잊기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시간은 어쩌면 비례하는 것이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할 때까지.

내가 무엇인가를 배우고 잘하게 되기까지.

경험이 많은 사람이 능숙하다는 것이.


공교롭게도 끝이 나면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옳은 일인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당신을 사랑한 순간이 짧지 않아서, 

당신을 잊는 순간이 긴 것은 괜찮습니다.

당신을 너무 짧은 순간 사랑하지 않아서.

그 사랑한 순간을 너무 가볍게 잊어버리지는 않아서.

그게 참 다행입니다. 왠지 나는 가벼운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세월의 약이라는 말처럼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잊히겠지요.

하지만 그 순간들이 정말 짧게 나를 스쳐가는 것들이 아닌

내 삶에 풍덩 담겼다가 나왔던 것이라서 훌훌 털어버리기까지는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낱 스쳐가는 가벼운 인연이 아니었다는 생각. 

굵직했고 나의 인생에 한 획을 그은 사람이라는 것.


언젠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대를 마주할 수 있는 순간.

그때는 참 행복했었다고 웃어 넘길 수 있는 그런 순간이 오면

그대를 다 잊은 것이겠지요. 그때의 아픔을 이제 털어낸 것이겠지요. 

좋았던 순간만큼은 아픈감정으로 뒤덮고 싶지 않습니다.

그대의 마음도 내 마음과 같았으면 합니다.


별로 좋은 순간들은 아니겠지만 나쁘지 않은 그런 순간.

그때의 나를 떠올릴 수 있는 순간. 

순식간에 수 많은 기억들이 스쳐지나 가겠지만 

그때의 마음이 참 따뜻하게 와 닿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는 그래도 행복했으니까. 그걸 부정하고 싶진 않으니까.


부디 아프고 안 좋은 기억보다는 따뜻했던 순간을 더 오래 기억했으면 합니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고 해도 좋았던 추억만큼은 그저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때의 나와 그  감정의 아껴주고 싶은 것입니다. 

아무쪼록 건강히 잘 지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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