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동화,
오후 6시 어린이집.
다른 친구들은 엄마, 아빠, 할머니 손을 잡고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갑니다.
사랑이는 엄마를 기다리다 조용히 신발장 앞으로 걸어갔어요.
신발을 미리 신고 있으면 엄마가 더 빨리 올 것 같았거든요.
그때 선생님이 다가와 부드럽게 말했어요.
“사랑아, 아직 엄마가 안 오시니까, 교실에 가서 색종이 접기 할까?”
선생님은 사랑이의 손을 잡고 다시 교실로 데려갔어요.
교실 구석에는 준이가 조용히 앉아 종이접기를 하고 있었어요.
준이도 아직 엄마가 안 왔나 봐요.
사랑이는 준이를 슬쩍 바라보며 살짝 웃었어요.
준이도 사랑이를 올려다보다가 조용히 웃음을 지었어요.
서로 작은 위로 같은 웃음이었죠.
사랑이와 준이는 색종이로 공룡을 만들며 놀이에 빠져들었지요.
잠시 뒤, ‘딩동’ 소리가 들렸어요. 사랑이와 준이는 똑같이 문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어요.
준이 엄마예요.
“준아, 집에 가자.”
준이는 벌떡 일어나 웃으며 달려갔어요. 엄마를 와락 안은 준이가 뒤를 돌아보았어요.
사랑이는 준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준이가 뒤돌아보자 고개를 푹 숙였어요.
입술을 꼭 다문 사랑이는 눈물이 자꾸 나올 것 같아 고개를 들 수 없었어요.
결국, 사랑이 손에 들린 분홍색 색종이 위에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졌지요.
지난 토요일, 사랑이는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랑 숨바꼭질하고 싶어.”
"엄마랑 소꿉놀이 하고 싶어."
"엄마, 동화책 읽어줘."
그럴 때마다 엄마는 늘 같은 말을 했어요.
“사랑아, 오늘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어. 일하러 가야 해.
우리 가족 좋은 집에서 살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하잖아.”
사랑이는 더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 한쪽이 아파왔어요.
그날도 엄마는 회의가 늦게까지 계속되었어요.
시계를 본 엄마는 깜짝 놀라 휴대폰을 꺼내 아빠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오늘은 당신이 사랑이 데리러 가줘요. 나는 회의가 늦어질 것 같아.”
그 시간, 아빠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요즘 일거리가 줄어들어, 퇴근 후에도 더 일하기로 했거든요.
며칠 전, 사랑이가 말했었죠.
“아빠, 마트에서 봤던 큰 곰인형… 나도 갖고 싶어.”
아빠는 마음속으로 다짐했어요.
‘이번 주 어린이날에 꼭 사줘야지. 그러려면 일이 있을 때 열심히 벌어야 해.’
아빠는 휴대폰을 확인하지 못한 채, 헬멧을 쓰고 다시 배달을 떠났어요.
시간이 흘러도 사랑이를 데리러 오는 사람은 없었어요.
선생님은 전화를 걸었지만, 엄마도 아빠도 받지 않았어요.
밤 9시가 가까워질 무렵, 겨우 엄마가 전화를 받았어요.
“사랑이가 아직 안 갔어요. 많이 울고 있어요.”
엄마와 아빠는 깜짝 놀라 서둘러 어린이집으로 달려갔어요.
문이 열리자, 사랑이는 신발을 신은 채 문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어요.
엄마 아빠를 보는 순간, 사랑이는 꾹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렸어요.
“흑… 흑… 왜 나 안 데리러 왔어…”
엄마는 사랑이를 안고 말했어요.
“사랑아, 미안해. 엄마가 회사에 일이 있었어. 너무 늦었지…”
아빠도 허둥지둥 들어와 말했어요.
“아빠도 미안해. 배달하느라…”
그런데 엄마는 아빠를 보며 화를 냈어요.
“문자 보냈잖아요. 당신이 좀 데리러 가라고.”
“못 봤어. 배달 중이었단 말이야.”
“퇴근하고 무슨 일을 또 해요? 집에 와서 사랑이랑 좀 놀아주지…”
“사랑이 갖고 싶다는 인형 사주려고 야간 택배 일 시작했어. 당신은 왜 늦었는데?”
“나는 중요한 회의였어. 어쩔 수 없었다고…”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사랑이는 두 귀를 막고 소리쳤어요.
“싫어. 싫어. 다 싫어. 나도 엄마 아빠가 싫어!”
그때, 선생님이 조용히 한 권의 노트를 건넸어요.
“오늘 아이들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써보라고 했거든요.”
노트 속엔 사랑이의 글씨가 삐뚤빼뚤하게 적혀 있었어요.
“엄마 아빠랑 숨바꼭질하는 것”
엄마와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그 한 줄에 모든 마음이 담겨 있었거든요.
엄마는 사랑이를 꼭 안았어요. 말없이 눈을 감고, 조용히 사랑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어요.
아빠는 조심스럽게 사랑이의 손을 잡았어요.
"사랑아, 집에 가서 숨바꼭질 하자."
세 사람은 일어서 어린이집을 걸어 나왔어요. 밤하늘에 별이 하나둘 떠오르고 있었어요.
그때, 사랑이는 아빠 귀에 살며시 속삭였어요.
“숨바꼭질 술래는 아빠가 하세요.”
(2025.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