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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띄우는 편지 -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

by 고래뱃속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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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잘 지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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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해.

겨울 찬 바람이 채 가시지 않고도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날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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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유도 모르게

나는 그저 네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었어.


소복히 눈 녹은 자리에 사뿐히 내려앉은 네가,

참 어여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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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겨울 찬 바람 어느덧 흘러가고,

다사로운 봄기운 젖어들기 시작하자

오히려 나의 계절은 더 차가워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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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너를 만났을 때부터 이미 네가 품고 있던 상흔은

아물고도 오히려 내 영혼에 흔적을 남긴 채

가벼운 날갯짓으로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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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네가 떠난 자리엔

올 겨울 내린 눈이 녹고

조용히 불어오는 시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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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만,

그 자리 위에 초록 씨앗을 뿌려.

네가 남긴 흔적을 안고도

남겨진 오늘을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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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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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다가오는 계절은

춥지 않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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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처음 만난 그날처럼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햇살이

약속한 듯 축복처럼 내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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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Editor LP



사자와 작은 새|마리안느 뒤비크 글·그림|2020년 1월 27일|13,500원

꼭 만나야 할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사자와 작은 새』는 사자와 작은 새의 우연한 만남과 예정된 헤어짐을 담은 짧은 이야기 속에 그리움, 아쉬움, 슬픔, 설렘,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을 담아냈습니다. 작가 마리안느 뒤비크의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진실한 울림을 전해 주지요.
“아주 오래 전 일이에요. 가장 친한 친구와 헤어지게 되어 몹시 슬퍼하고 있을 때, 엄마가 말씀하셨죠. ‘마리안느, 때때로 사람들은 네 곁을 떠나기도 한단다. 하지만 네가 그 자리에 있다면, 우정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돌아올 거야.’라고요. 그리고 정말로 이 친구는 다시 돌아왔지요.”
-작가 마리안느 뒤비크의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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