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돌아오는 계절
안녕, 잘 지내니?
너를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해.
겨울 찬 바람이 채 가시지 않고도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날이었지.
처음에는 이유도 모르게
나는 그저 네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었어.
소복히 눈 녹은 자리에 사뿐히 내려앉은 네가,
참 어여쁘구나.
그런데
겨울 찬 바람 어느덧 흘러가고,
다사로운 봄기운 젖어들기 시작하자
오히려 나의 계절은 더 차가워졌지.
처음 너를 만났을 때부터 이미 네가 품고 있던 상흔은
아물고도 오히려 내 영혼에 흔적을 남긴 채
가벼운 날갯짓으로 사라지고-
이제 다시,
네가 떠난 자리엔
올 겨울 내린 눈이 녹고
조용히 불어오는 시린 바람.
나는 가만,
그 자리 위에 초록 씨앗을 뿌려.
네가 남긴 흔적을 안고도
남겨진 오늘을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어쩌면,
다음 다가오는 계절은
춥지 않을지도 몰라-
너를 처음 만난 그날처럼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햇살이
약속한 듯 축복처럼 내릴지도.
글: Editor LP
꼭 만나야 할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사자와 작은 새』는 사자와 작은 새의 우연한 만남과 예정된 헤어짐을 담은 짧은 이야기 속에 그리움, 아쉬움, 슬픔, 설렘,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을 담아냈습니다. 작가 마리안느 뒤비크의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진실한 울림을 전해 주지요.
“아주 오래 전 일이에요. 가장 친한 친구와 헤어지게 되어 몹시 슬퍼하고 있을 때, 엄마가 말씀하셨죠. ‘마리안느, 때때로 사람들은 네 곁을 떠나기도 한단다. 하지만 네가 그 자리에 있다면, 우정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돌아올 거야.’라고요. 그리고 정말로 이 친구는 다시 돌아왔지요.”
-작가 마리안느 뒤비크의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