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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곰 Dec 15. 2023

중간관리자의 영원한 숙제 - 인사(2)

공무원 곰과장 이야기 09

어떤 사람들은 묻습니다. 공무원은 신분이 보장되는 평생직장인데 무슨 성과가 필요하느냐고. 우문입니다. 조직 내에서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무르고 있다는 건 곧 뒤쳐진다는 뜻입니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어떠한 조직에서든 마찬가지입니다. 조직의 구성원들 대부분은 승진이라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니까요. 그리고 그 경쟁은 공무원 조직에서도 매우 치열합니다. 어쩌면 민간기업보다 더할지도 모르지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는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오직 승진만이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실질적 보상이라는 사실 때문이고, 둘째로는 공무원 조직이 위로 올라갈수록 지독하리만큼 폭이 좁아지는 극단적인 피라미드 구조라는 점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공무원 조직의 중간관리자는 부서의 성과를, 자신의 성과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사철마다 좋은 직원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해야만 합니다. 좋은 직원이 와야만 성과를 낼 수 있고, 그 결과 중간관리자 역시도 성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선 글에서 '훌륭한 직원을 영입하는 능력'보다 '지금 있는 인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었지요. 하지만 그렇다 해서 훌륭한 직원의 가치가 낮은 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훌륭한 직원의 수가 적기 때문에 지금 있는 인적 자원의 활용방법이 더 중요해진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겁니다. 더군다나 공무원 조직은 경력직 채용이 거의 없다시피하지요. 그래서 더더욱 조직 내에서 이미 검증완료된 유능한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습니다. 


신채호가 역사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고 했던가요. 인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훌륭한 직원이라는 자원은 무척이나 한정되어 있기에, 그 한정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각 부서들은 인사철마다 다른 부서와 투쟁합니다. 그건 본질적으로 생존을 위해서입니다. 부서와 부서 간의 경쟁, 개인과 개인 간의 경쟁에서 싸워 이긴 자만이 조직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능한 중간관리자는 여러 가지 방법을 최대한 동원하여 일 잘하는 직원을 데려오려 애씁니다. 




공무원 조직의 인사는 대체로 일 년에 두 차례 이루어집니다. 한 부서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직원은 (예외는 있지만) 전보 대상에 포함됩니다. 그 직원들은 (예외는 있지만) 본인이 희망하는 부서를 적어 내지요. 한편 직원이 떠나게 된 부서도 그렇게 비워지는 자리를 채우기 위해 (예외는 있지만) 특정한 직원을 원한다고 인사 부서에 요청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흔히 내신(內申)한다고 표현하는데, 직원이 가고자 하는 부서와 부서에서 끌어당기고자 하는 직원이 일치하면 (예외는 있지만) 매칭이 이루어져서 그 직원이 해당 부서에서 근무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부서에서 어떤 직원을 콕 찝어서 데려오는 건 십중팔구 힘든 일을 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반면 직원은 가급적 덜 힘들고 마음 편한 자리로 가기를 원하지요. 승진하기 위해 근평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특히나 더 그렇습니다. 이건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열심히 일하든 그러지 않든 간에 똑같은 월급을 받는데 굳이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식으로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생각이 다르기에 좋은 직원을 데려오는 건 무척이나 지난한 작업입니다. 더군다나 일 잘하는 직원은 희귀한 자원이기에 애당초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일 잘하는 직원이라면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는 한 부서를 골라갈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자기가 갈 자리까지 정해 놓고 가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정공법은 인사권자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겁니다. 성과를 내어서 인사권자를 만족시킨다면 정정당당하게 인력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인사 담당 부서에서도 성과를 인정받는 부서나 해당 조직의 핵심적인 업무를 추진하는 부서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또 그런 부서에 있으면 승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그렇기에 성과를 내는 부서는 좋은 직원을 데려올 수 있고, 좋은 직원이 오기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선순환 효과가 생깁니다. 반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서는 인사권자가 탐탁치 않아할 가능성이 높아 승진의 가능성도 떨어집니다. 따라서 그런 부서에는 좋은 직원이 오지 않고 그래서 또 성과를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러나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직원이 있어야만 하지 않느냐는 논리지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좀 더 직접적이지만 대신 부작용이 있는 방식을 쓰곤 합니다. 이른바 '빽'이지요. 어떤 부서의 중간관리자가 실국장급 상위 관리자와 가깝다거나 혹은 인사 담당 부서의 부서장과 친밀한 사이라면, 이른바 '빼돌리기'가 가능합니다. 원래 다른 부서로 가기로 내정되어 있던 직원을 자신의 부서로 발령내는 겁니다. 물론 상대 부서와 척을 지게 될 뿐만 아니라 해당 직원의 사기도 꺾이는 방식이지요. 뒷감당이 쉽지 않을 겁니다. 




지난 글과 이번 글에서 설명한 인사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는 지금 있는 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둘째로는 새롭고 유능한 인력을 어떤 식으로 데려올 것인가. 물론 좋은 직원을 데려오고 적절하게 업무를 분장하는 것만으로 모든 게 끝나지는 않습니다. 사람 관리라는게 워낙 힘든 일이어야 말이지요. 그러나 좋은 직원을 데려올 능력이 있는 중간관리자라면, 그리고 적절하게 업무를 분장할 수 있는 중간관리자라면, 조직 관리도 충분히 잘해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뭔가 하나가 빠졌다고 느끼는 분도 계실 겁니다. 맞습니다.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나가는 사람도 있는 법이죠. 사실 좋은 사람을 찾아서 영입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적절한 시기에 그 사람을 다른 부서로 보내주는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는 사실 할 말이 많지 않습니다. 곰과장은 그저 단 하나의 원칙만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보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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