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by 생각의정원

감기라는 것은 참으로 묘한 존재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서 당신의 일상을 조용히 흔들어놓고는, 며칠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져버린다. 마치 예고 없이 방문한 먼 친척처럼.


나는 감기에 걸릴 때마다 생각한다. 이 작은 바이러스들이 어디서 와서 왜 하필 내 몸을 선택했을까? 지하철 손잡이에서? 아니면 어제 마신 그 따뜻한 커피잔에서? 혹은 누군가의 재채기가 공중에 남긴 투명한 흔적을 통해서?


감기의 초기 증상은 언제나 미묘하다. 목구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아주 작은 이상함, 마치 누군가 그곳에 모래알 하나를 떨어뜨려놓은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나는 안다. 이것이 시작이라는 것을.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세상이 조금씩 달라 보인다. 평소에는 선명했던 것들이 흐릿해지고, 시간의 감각도 묘하게 뒤틀린다. 하루가 일주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몇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기도 한다. 감기는 우리에게 다른 시간의 흐름을 경험하게 해준다.


콧물과 기침은 감기의 대표적인 증상이지만, 나는 이것들을 몸이 자신을 치유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으로 본다. 마치 오래된 집을 청소하듯, 몸은 불필요한 것들을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그 과정이 불편할 뿐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의 고독감도 특별하다. 아무리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어도, 감기는 당신을 조용한 섬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당신은 오직 자신의 몸과 대화할 수 있을 뿐이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코로 숨 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목구멍이 아프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이상하게도 감기는 어떤 창조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열에 시달리며 침대에 누워있을 때, 평소보다 더 생생한 꿈을 꾸게 되고, 깨어있을 때도 몽환적인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어떤 작가들은 감기에 걸렸을 때 가장 좋은 글을 쓴다고 말하기도 한다.


감기약을 먹으면서 나는 종종 생각한다. 이 작은 알약들이 정말로 바이러스와 싸워줄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증상을 가라앉혀 우리가 좀 더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까? 어쩌면 진짜 치료는 충분한 잠과 따뜻한 물,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감기가 나을 때의 기분은 묘하다. 서서히 코가 뚫리고, 목의 아픔이 사라지고, 몸의 무거움이 걷힐 때, 마치 긴 터널을 지나 다시 햇빛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한번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감기는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의 몸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신비로운 존재라고. 때로는 잠시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은 선물인지를.


결국 감기도 삶의 일부다. 불편하고 귀찮지만, 그것 또한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 중 하나다. 완벽하지 않은 몸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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