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의 시계가 오후 3시를 가리킨다. 누군가 복사기를 돌리는 소리,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에어컨이 돌아가는 낮은 웅성거림이 공간을 채운다. 창밖으로는 가을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 내 책상 위 서류들을 따뜻하게 비춘다.
나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이상한가.
우리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길을 걸어 이 건물에 들어온다. 각자의 책상에 앉아 각자의 업무를 처리한다. 회의를 하고, 이메일을 확인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또 하루가 지나간다.
옆 책상의 김 대리는 오늘도 점심시간이 지나자 졸린 눈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는 가끔 창밖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한다.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나는 모른다. 아마 그도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를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작은 우주 안에서 살아간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 때로는 업무 관련 대화를 나누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조용하다. 각자의 생각 속에 잠겨 있다.
오후의 햇살이 조금씩 각도를 바꿔가며 사무실을 가로지른다. 이 햇살은 어디서 왔을까.
1억 5천만 킬로미터를 날아와 이 건물의 10층, 내 책상 위에 내려앉았다.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다른 부서 직원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다.
우리는 같은 건물에서 일하지만 서로를 잘 모른다.
그는 어떤 부서에서 일하는지, 어떤 업무를 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모든 것이 미스터리다.
점심시간에 가끔 혼자 먹는 샐러드는 언제나 같은 맛이다.
사무실 근처의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과 함께.
이런 일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이것이 내 삶이 되었다.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사람들이 하나둘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내일 또 여기에 앉을 자리를.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메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1층으로 내려가 건물을 나선다.
거리로 나서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지하철역까지 걷는 길, 스마트폰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 모두 어디론가 가고 있다. 집으로, 약속 장소로, 또 다른 일상으로.
나도 그 중 하나다. 오늘을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 특별할 것도 없고 특별하지 않을 것도 없는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내일이면 다시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이 될 것이고, 시계는 다시 오후 3시를 가리킬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여기 앉아 있을 것이다.
창밖의 햇살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