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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Sep 11. 2024

너, 말 안 들으면 도깨비가 잡아간다

두려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아이

지인에게 링크를 받았다. 함현영 작가님의 <2024 도깨비 프로젝트> 협업 참가 신청서였다. 유령의 집이 떠오르는 건 나뿐인가. 어렸을 때 많이 들었던 말 이 떠올랐다. “너, 말 안들으면 도깨비가 잡아간다.” 전래동화에서 보던 외눈박이 도깨비, 세눈박이 도깨비가 떠올랐다. 프로젝트는 도깨비가 제목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아이들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프로젝트였다. 간단한 설명을 읽고 아이에게 물었다.


"두려운 감정에 대한 활동인데, 무서운 거 아니고 너의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걸 인형으로 만드는 활동이야. 관심 있니?"

"어! 나 갈래. 나 두려운 감정에 대한 공부가 조금 필요해."


원래 아이는 주말에 집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낯선 환경도 여러 번 가서 익숙한 곳이 되면 흔쾌히 가지만, 처음 접하는 환경에 대해서는 불안함이 있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거나 사진으로 보여줘야 응한다. 그랬던 아이가 어떤 계기로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제주에 와서 겁이 나거나 잘 못할 것 같은 마음이 들더라도 일단은 도전해 보는 성향으로 바뀌었다. 작은 자극에도 움츠러들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오히려 자극이 필요하다는 아이를 보며 놀랐고 기뻤다.


2024 도깨비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작가님의 안내문 인용)



<2024 도깨비 프로젝트>는 현시대 아동들의 두려움의 요소를 수집하고 조합하여 새로운 도깨비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아동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현사회 속 아동에 관한 시선, 제약 등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아이가 참여하게 될 협업 과정은 프로젝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안내받고 나의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천과 손바느질을 통해 두려움의 요소를 담아낸 인형 만들기 활동을 합니다. 다 마친 후 자신의 작품 소개와 소감을 인터뷰해 영상에 담는 활동을 하게 됩니다. 이후, 아동들에게 기념을 위해 작품 엽서와 키링 굿즈가 제공되며 작품 협업 인증서를 보내드립니다.



참 좋은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아이의 불안과 공포, 무서움, 두려움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저 괜찮다고 안아주기만 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왜 아이와 함께 감정들 (특히 부정적인 감정들, 아이가 힘들어하는 감정들)을 나누고 좋은 경험으로 바꾸려고 시도해보지 않았을까. 그건 아마도 나 또한 엄마가 될 때까지도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잘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지금은 나를 돌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나에게 집중하며 글 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단단해지기 시작했지만 제주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누구보다 감정에 서툰 나였다. 부정적인 감정도 그저 지나가는 감정의 하나일 뿐이라고 배우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많이 서툴다. 감정은 참 어렵지만 인생을 인생답게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감정 때문에 울고 웃고 하며 인생을 채워간다.


아이를 데리러 갔다. 두 시간째 활동을 하고 있던 아이는 목소리 톤이 한층 올라가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과의 활동 시간이 즐거웠나 보다. 엄마라 그런지 아이의 목소리만 듣고도 아이의 감정상태를 알 수 있을 때가 있곤 한데, 도레미파솔~솔~의 목소리로 "엄마, 왔어?" 하며 이층에서 씩 웃고 내려오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솔~솔~"좋은 시간 보냈어?"라고 물으며 행복해졌다. 함께 내려오신 선생님은 했던 활동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아이에게 두려움은 전쟁과 핵폭탄이라고 해요. 그래서 총을 만들기로 했고 총구도 아주 디테일하게 만들었어요. 바느질도 잘하고 아주 즐겁게 활동했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 총은 저희가 가져가나요?"

"아니요. 이거는 다른 친구들의 두려움 작품들과 합쳐서 '2024 도깨비'라는 작품으로 전시할 예정이에요."

"우와. 영광이에요. 아이 작품이 전시된다니. 그것만으로도 영광인데, 다른 아이들 작품과 함께 하나의 작품으로 전시된다니 너무 설레는데요? "

"하하. 감사합니다. 그리고 추후 아이가 만든 건 키링으로 만들어서 집으로 보내드릴 예정이에요."

"와, 감사합니다. 아이가 뜻깊은 활동을 했네요."

안내문을 보긴 했지만 선생님께 직접 설명을 들으니 새롭게 다가왔다.  


아이는 두려움이란 감정에 대해 좋은 기억을 하나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기억들이 하나하나 쌓이면 아이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상상만으로도 든든하다.


* 제주도에서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두신 분들 중에 <2024 도깨비 프로젝트>에 관심 있으신 분은 작가님 계정에 있는 프로필 링크에서 신청가능 합니다. 10월 6일까지라고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작가님 계정을 참고해주세요.

* 함현영 작가님 인스타그램 계정 : @h______am



이미지 출처 : 우아한 달팽이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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