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추억 손수건 완성
추억염색하기라는 주제를 듣고 핸드폰 갤러리를 들어가 사진들을 보았다. 수 만장의 사진들 중에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가 귤 수확철이었는데 남편의 지인 귤밭에 놀러 가 귤 따기 체험도 하고 우리가 딴 귤을 가족들에게 보냈던 기억이 나는 사진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나 않아 남편 지인의 아내분이 암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처음 뵀던 날에도 나와 아이를 정말 알뜰살뜰 챙겨주시고 엄마의 정을 느끼게 해 주셨던 분인지라 더욱더 그랬다. 큰 병의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이 아는 척하는 것도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드리기도 조심스러웠다. 그저 사모님의 완쾌를 기도하며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전 수술을 받아 많이 좋아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이번 추석에 남편과 아이와 함께 찾아뵙기로 했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보니 사모님 생각이 났다. 내가 직접 염색한 손수건을 선물해 드리려는 마음이 들었다. 사모님 귤밭에 우리 아이와 강아지가 그려진 손수건을. 이런 마음을 떠안고 염색 수업에 갔다. 소장용으로 한다고 생각했을 때 보다 열 배는 더 설레었다. 다행히 두장이라 실수를 해도 괜찮았다. '더 예쁘게 나온 것을 선물용으로 해야지.' 하며 열심히 염색을 했다. 쪽빛의 손수건이 완성해 햇볕에 널어놓았는데 사모님이 떠올랐다. 마음에 따뜻함이 가득 차 올랐다.
다음주가 벌써 추석이네요.
가족뿐만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나눌 분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져 풍성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